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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아버지의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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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내내 아버지는 부채에다 해돋이 풍경이 담긴 수채화를 그리셨다.해 오르는 푸른 바다 위에 붉게 타오르는 하늘이 담긴 그 그림은 한지의 부채와 참 잘 어울린다.

부채를 하나씩 그리실 적마다 아버지는 형수님, 동생 내외, 친구 누구를 위해서라며 드릴 대상을 미리 정해 두신다. 자연스럽게그림 그리는 동안 그들을 생각하게 되고, 그만큼의 정성이 깃든다. 아버지는 화가가 되고 싶어 하셨다.

안동사범학교 시절 예체능에도 재능을 보이셨던 아버지는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홍익대 미술과를 지원하기로 하셨다. 그런데 당시 교육부(문교부)의 입시 정책이 바뀌고, 사범학교 출신들이 사범대학 이외의 일반 대학에 진학을 원할 경우 3년 동안 나라에서 지원 받은 학자금 전액을 반납해야 했고, 넉넉하지 못했던 가정형편으로 아버지는 화가의 꿈을 이루실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늘 캔버스 위에다 마음을 담아 내셨다.

세월이 지나 그동안 대학 강단에서 40여 년을 체육과 후진들을 위하여 수고하신 아버지는 작년 2월에 정년 퇴임식을 가지셨다. 그리고는 그동안 그토록 원하셨던 그림을 그리고, 벌써 한 차례의 그룹전에도 참가하셨다. 그리고 자신의 만족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재능과 정성이 담긴 아버지의 부채는 다른 이들의 마음에까지 시원함을, 기쁨을 드리는 작업을 하신다.

지금까지 그린 300여 개의 부채로…. 27년 전 매일춘추에 글을 실으셨던 아버지는 당신을 좇아 이 난을 채워나가는 딸을 흐뭇해하시며, 어제 퇴근하는 나에게 그 때 스크랩한 내용을 보여주셨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에서 나는 따스한 행복감을 느끼며, 다가올 아버지의 칠순에는 동생들과 함께 개인 전시회를 열어드리고 싶다. 우리의 꿈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신 아버지께, 이제는 우리가 아버지의 꿈을 이뤄드리고 싶다. '화가 김영환'이란 그 꿈을 말이다.

김정화 메조소프라노·계명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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