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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중국의 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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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도피? 저항정신?은자(隱者)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도 저도 안되는 세상에 산속으로 숨어버렸는지, 아니면 썩고 더러운 세상을 안보고 사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꽤 많다.

이나미 리츠코(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가 쓴 중국의 은자들(한길사 펴냄)에는 수많은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이 등장한다. 허유(許由), 노자(老子)등 전설속 은자부터 죽림칠현(竹林七賢), 왕희지(王羲之), 도연명(陶淵明), 이백(李白), 팔대산인(八大山人)까지….

이중 흥미로운 것은 은자라고 모두 산속으로 들어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대와 중세 은자들은 대개 심산유곡을 찾았지만, 서기 900년대 북송이후에는 농촌이나 도시 인근, 혹은 도심 한복판에서 풍류를 즐기며 살았다. 시중은(市中隱·시장에 숨어살다)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나온 배경인 셈이다.

저자는 은자를 '현실정치와 싸우고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지켜가면서 스스로 숨어사는 생존방식을 택한 이들'이라 정의했다. 다소 낭만적인 해석이 아닐까. 사실 저자가 서술한 것만 봐도 저항정신형과 현실도피형을 적당하게 얼버무려 놓은 사례가 상당수다.

이백은 현종과 양귀비에 시를 바치면서 출세를 꿈꿨고, 서성(書聖) 왕희지는 북방 이민족에 쫓겨 강남으로 이주한 배경탓에 동진의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명나라 중기 강남 소주에 출현한 문인그룹 '오중(吳中)의 사재(四才)'중 세사람은 수차례의 시도에도 끝내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다.

그들중 두사람의 은자를 주목한다. 평생을 어릿광대로 보냈던 전한시대 동방삭(기원전 154~93년)과 하찮은 관리로 삶을 끝낸 유명 서화가이자 광적인 서화수집가인 미불(1051~1107년)이 그들이다.

동방삭은 풍부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 궁중을 은둔지로 보고, 제멋대로 말하고 행동하면서 끝까지 왕의 어릿광대로 살았다. 미불은 미치광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곳곳에서 말썽을 일으키면서 관청에 숨어산 기인이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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