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이 기존의 70억원대 시스템을 폐기하고 24억원을 들여 신천하수처리장에 새 제어시스템을 가설키로 하자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시청은 지난 5월 준공된 지산.안심 하수처리장 제어 시스템을 신천처리장으로 통합하기 위해 24억원을 들여 기존 시스템을 전부 교체키로 하고 사업자 선정을 조달청에 의뢰, 지난달 29일 입찰에 부쳤다. 이에따라 조달청은 현재 4개 응찰 업체를 대상으로 적격심사를 진행, 이번 주 중 낙찰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교체 작업으로 10년 전 신천처리장 준공 이후 늘려온 24면의 DCS(분산제어시스템)가 모두 폐기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시스템의 현재 자산 가치가 최소 60억~70억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으나, 이를 사 가겠다는 다른 도시가 없어 비용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청은 지산.안심 하수처리장 개장(올 5월)을 일년 앞두고 작년 5월 실시된 감사원 감사에서 하수처리장 운영 계획이 지나치게 방만하다며 통합 운영을 권고받자 소규모 처리장 관리망을 신천처리장 관리망으로 통합키로 했었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시스템 교체를 앞두고도 시청은 지난 4월 고도정수처리 시스템 부설을 위해 신천처리장의 기존 시스템 보강에 10억원을 투입하고 30억원의 새 시스템을 설치했었다. 이들 투자도 이번 시스템 교체로 모두 허사가 되게 됐다.
이때문에 "시스템 교체 요구는 작년 5월에 있었는데도 대구시청이 효율적인 통합시스템 마련을 못하고 있던 도중 폐기할 시스템에 올 5월 40억원이나 투입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스템 전문업체들도 "5억원 정도 들여 업그레이드하면 통합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산가치가 70억원에 달하는 기존 시스템을 폐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신천하수처리장 제어시스템 설치와 관련해 새 시스템 설치보다는 기존 시스템 점차 보강법이 더 낫다는 의견까지 명확히 제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그런데도 대구시청은 무엇때문에 시민의 세금 70여억원을 날리게 된 것일까?
◇문제의 발단 = 신천하수처리장엔 10년 전(1993년 6월) 완공.개통 때 이후 24면의 DCS(분산제어장치)를 갖췄다. 그런 중에 지산.안심 하수처리장 개장(올 5월)을 일년 앞두고 작년 5월 대구시청에 대해 관련 감사를 실시한 감사원은 지산.안심 하수처리장 운영 계획이 지나치게 방만하다며 통합 운영을 권고했다. 환경부도 각각의 관리망을 둘 것이 아니라 역내 중심처리장에서 소형처리장을 통합 관리토록 요구했다.
시청은 이에따라 소규모 처리장 관리망을 신천처리장 DCS(분산제어시스템) 실로 옮기기로 하고 설계까지 마쳤다. 이 일에 필요한 돈은 18억원. 그러나 6억 정도만 더 보태면 아예 통합 관리가 가능토록 신천처리장 DCS까지 완전히 교체하기로 했다.
그러나 시청은 이 일과는 별개로 지난 4월15일 고도정수처리 시스템을 증설하면서 신천처리장에 30억원을 들여 6면의 DCS를 추가로 설치하고 10억원을 들여 기존 시스템을 보강했다. 신천처리장 DCS의 현재 자산 가치는 최소 60억~70억원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엄청난 재산 낭비 = 신천처리장 시스템 전면 교체로 방향이 잡히자 수십억원을 들여 만든 기존 시설들이 이제 버려질 처지에 처했다. 다른 도시에팔려 해도 사겠다는 곳이 없기때문. 그 중 고도정수처리 공사 때 설치된 DCS는 이제 겨우 7개월밖에 안된 것들이다.
이에대해 교체사업 주무 기관인 대구시 종합건설본부 김영창 본부장은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여러 상황을 종합 고려한 결과 완전 교체가 가장 좋다는 판단이 내려졌다"며, "DCS 방식인 기존 시설은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지만 새로 도입하려는 시스템은 PLC 방식이라 그 비용이 30~50% 절감된다"고 말했다.
신천하수처리장 백상우 팀장도 "기존 시스템 도입 당시에는 최고 성능으로 평가 받았지만 납품사가 2차례 흡수 합병되면서 부품 가격이 2.5배나 올랐다"고 했다. 그러나 시청측은 기존 시스템의 '과다한 유지 비용'에 관한 자료는 제시하지 못했다.
관리대장이 없어 그 동안 유지 비용이 얼마 들었는지조차 모르는 것. 기껏 내 놓은 자료가 올해 초 시스템카드 3장 교환에 1억200만원이 지출됐다는 것이었다.
시청은 또 기존 시스템에 대해 "10년된 것이니 자주 고장 나지 않겠느냐"고 막연히 추정했다. 반면 역내 시스템 업체 한 관계자는 "미래에 고장날 가능성때문에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교체하는 것은 지나치게 민감한 대응"이라 했고, 이 분야에 정통하다는 한 관계자는 심지어 "고장이 자주 날 확률은 기존 기종이 높겠지만 제품 성능은 새 기종이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반박 = 전문가들도 대구시청의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기존 DCS를 업그레이드 시키면 적은 돈으로도 본래 목적을 달성할수 있고, 그런 가능성을 문서로도 제시했으나 묵살됐다고 말했다.
기존 시스템 납품업체인 독일 ABB사 한국지사 관계자는 "적은 비용에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권했으나 관심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업그레이드된 제품 장치 비용이 5억원을 넘지 않고, 시스템을 완전 교체하는데도 20억원 정도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돈도 한꺼번에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성이 생길 때 연차적으로 투자해도 된다는 것.
3단계 고도정수처리 시설 시스템을 시공했던 한 한 대기업도 "업그레이드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대기업 계열 시스템업체 관계자 역시 "비용이 적게 드는 업그레이드로 대처해도 통합시스템 구축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고 말했고, 한 중견 시스템업체 관계자는 "업그레이드와 전면교체 비용이 같다해도 업그레이드 방식이 기존 재산가치 유지에 더 경제적"이라고 했다.
대구시 종합건설본부는 업그레이드 비용에 대해서도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줬다. 전문가들 의견과 달리 한 관계자는 "업그레이드 비용이 100억원을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전면교체엔 환경 사고 위험도 = 시스템을 전면 교체할 경우엔 최소 6개월에 이를 공사기간 동안 컴퓨터 작동이 중단돼 하수처리 관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컴퓨터 대신 사람이 해야 하나 5, 6명이 20만평의 신천처리장을 감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신천처리장 감시.제어망 구축 방안 컨설팅을 맡았던 ㄱ엔지니어링 측조차도 "교체기간 중 하수처리 공정의 자동제어 운전에 지장이 발생된다"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시해 놓고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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