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후보 北核해법 의견차 뚜렷

3일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주요 대선후보들은 정치현안 및 대북, 통일.외교 문제에 대해 이견을 보이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부패척결'과 '구태청산'을 내세우며 일부 주제와 관련, 서로 상대방의 문제점을지적하는 등 설전을 펼쳤다. 다음은 주요 쟁점별 공방.

▲대북문제

- 이 후보와 노 후보가 대북문제에 대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야 한다는 원론적 접근을 이뤄낸 가운데 급진적 차별성을 부각한 권 후보와의 의견차이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세부적 방법론에 있어서는 상당한 의견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의 대북상호주의원칙에 대해 노 후보는 "북한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며 대화단절시 북미관계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강하게 포기를 요구하고 경제적 수단과 방법도 연계해 생각해야 한다"며 기존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권 후보는 제네바 합의 사항은 "북한과 미국이 동시에 어긴 만큼 북한의 핵문제를 일방적으로 몰아서는않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안기부 도청의혹 문제

한나라당의 도청의혹 공세에 대해 노 후보는 도청문건 자료유출의 시기와 목적을 문제 삼았다. 노 후보는 "선거때 한나라당이 내놓은 것을 보면 저를 공격하려 한 모양인데 저도 도청의 피해자"라면서 "도청은 범죄인 만큼 한나라당은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에대해 이 후보는 "시기와 목적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국가기관으로부터 국민의 사생활이 말살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역주의 청산문제

이 후보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특정지역 싹쓸이 인사를 안하고 탕평인사를 했다면 반 DJ 정서가 그리 강하게 일어나지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고, 노 후보는 "한나라당은 90년 3당합당 때 호남고립을 시도하는 한편 지난 총선 때는 지역주의 덕을 봤고 지금도 노무현은 DJ양자라고 지역주의를 부추기고 있다"고 역공했다.

권 후보는 한나라당의 당3역과 국회 상임위원장, 비례대표 인사를 영남권에 편중한 것과 민주당 김대중 정권의 호남편중인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후보단일화

이 후보가 국민통합21 정뭉준 대표와 노 후보의 상이한 이념문제에 따른 공조의 난항을 지적한데 대해 노 후보는 "한나라당 구성원들간에는 더욱 차이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분권형 대통령제, 대북정책, 의약분업, 고교평준화 등 중요한 사안에서 입장이 다른데 어떻게 공조할 것이냐"고 질문한데 대해 노 후보는 "한나라당에는 정책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데 그것부터 시정한 뒤 정당간연대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3김청산

노 후보는 "이 후보는 1인지배의 제왕적 행태와 가신, 측근,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정치를 하고 있으며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있고 가족들도 그렇다"며 "이 후보와 3김이 뭐가 다르냐"고 공격했다.

이에맞서 이 후보는 "노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시계 내보이고, 부산시장 낙점해 달라고 하고, 호남에 가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상속하겠다고 한 것이야말로 구태정치 아니냐"고 반격했다.

▲부패척결

권력형 비리 문제와 관련,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DJ일가 부정축재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기양건설 22억원 수수설' 및 '안기부자금 대선유용 의혹'을 끄집어 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한나라당이 부패의 원조당이라면 민주당은부패의 신장개업당"이라고 양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 각당 반응

3일 열린 대통령후보 TV합동토론회와 관련해 각 당은 서로 "성공적인 토론회였다"고 자평했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통령다운대통령감이 누구인지 확연히 드러났다"며 "시종 일관 토론회 분위기를 압도했다"고 만족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은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이 될 사람으로서 국정의 중요문제들을 제대로, 균형되게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진지하고 차분하면서도 할말은 다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이 후보가 국정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제반정책에 대한 균형 있고 안정감 있는 대안제시로 분위기를 압도했다"며 "부패를 척결하고 국익을 지키면서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지도자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민주노동당도 "정치개혁과 남북평화를 위한 적임자임이 부각됐다"며 크게 기뻐했다. 그러나 상대 후보에 대한 평가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 후보는 중대한 문제 발언 (북한 핵보유)에 대해 때로는 초점을 놓치는 등 그동안 TV합동토론을 기피해 온 이유를 알 것 같다"고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이 후보가 폭넓은 국정경험을 바탕으로 국정현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이며 희망과 비전을 제시했다면 노 후보는 철학과 능력의빈곤함만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당은 상대 후보가 발언한 일부 내용을 문제삼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아직까지 공식확인된 바 없는 북핵보유설과 관련해 이 후보가 '핵폭탄 개발했다.

보유하고 있다'고 근거도 없이 발언한 것은 오직정략을 위해 국민을 불안케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 후보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듯한 분열적 국가관을 온 국민앞에서 그대로 노출 시켰다"고 역공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 권영길 선전 대선 변수

3일 밤 열린 TV 합동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선전'한 것이 향후 대선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는분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또한 권 후보의 약진에 따른 '변수' 등장 여부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는 3일 토론회에서 권 후보가 예상 밖의 선전을 벌인 반면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나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우열이 드러나지 않은 채소모적인 공방전만 벌였다는 평가에 따라 각 후보 지지율에 변화를 줄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권 후보 지지층이 이념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만큼 권 후보가 선전할 수록 노 후보의 표를 잠식하는 효과가 있지 않겠냐고 기대하는 눈치다.

한 핵심 당직자는 "권 후보가 토론에서 자기 존재를 대등한 관계로 끌어올렸고 국민에게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 것 같다"면서 "권 후보의 참여로 토론이 희극화된 면도 있지만 어찌됐든 권 후보의 선전이 우리에게 나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한 특보도 "TV토론에 대한 인터넷 여론을 보면 1등 권 후보, 2등 이 후보, 3등 노 후보로 나오고 있다"며 싫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지역별로는 부산과 함께 노풍이 불 조짐을 보이는 울산을 비롯해 수도권 공단지역 등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권 후보의 선전이 노풍 진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권 후보가 TV토론에서 선전했다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공방에서 자유로운 입장이라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평가절하했다.

당 관계자들은 권 후보가 정책적으로 여타 후보와 구별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일시적으로 개혁성향 부동표중 일부를 흡수해갈 가능성이 있지만 양강구도의 특성상 표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민노당 권 후보가 진보성향을 분명히 보여줌으로써 노 후보가 합리적 중도개혁주의자임이 부각됐고, 수구세력이 노 후보에게 '급진적'이라며 색깔론 공세를 편 것이 무력화되는 효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노당 핵심 관계자는 "노 후보 뿐만 아니라 저소득 서민층 등 이 후보 지지층도 권 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은 만큼 양당은 아전인수식 해석을 그만해줬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치2부

◈ 노후보- 부시미대통령과 회담추진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4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부시 미대통령과 만나 한미 동맹관계를 다지고 북한 핵문제를 협의하는 방안을 최우선적인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날 낮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50년간 한미동맹관계의 발전과 탈냉전 시대에 맞추어 이제 한미관계는 보다 수평적이고 균형있는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노 후보가 부시 미대통령과 회담추진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 후보는 이어 북핵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개발은 분명 제네바합의와 남북핵공동선언 등 여러가지 국제협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은 핵개발 프로그램을 하루 속히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그것이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증진시키고 그동안 추진해 온 경제개혁과 외교적 고립탈피에 성공하는 길"이라면서 핵개발 프로그램 포기에 대한 긍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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