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31일 북핵문제와 관련, "미국이 발표하고 한국정부가 수용하는 식은 진정한 한미 공조가 아니며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도 아니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북핵 해법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 당선자는 이날 정부중앙청사 별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선자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미국의 맞춤형 봉쇄정책이 북한을 제어하거나 또는 굴복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수단인지에 관해 회의적으로 생각한다"면서 한국이 동의하지 않는 한미일공조는 효과도 의문이고 적절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이 문제(맞춤형 봉쇄정책)도 미국이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한국이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절차가 아니라 사전에 함께 검토돼야 한다"며 "이것에 동조하지 않는다고 해서 심각한 한미 갈등이 생길 것이고 북핵문제에 큰 일이 날 것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대북조치가 성공하든 못하든 미국 국민은 사활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지 않지만 한국민에게는 사활적 이해관계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미국의 어떤 조치도 한국의 의견이 최우선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가 이처럼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대북봉쇄정책에 반대하고 한국정부의 주도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나섬에 따라 연초 부시 미대통령의 특사로 방한할 제임스 켈리 차관보와의 대북해법 조율이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또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 "그 문제를 작정하고 말한 것은 이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한 대응 프로그램이 잘 정비돼 있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의 책임있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경고 또는 주의 환기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회동을 포함한 대북 핵포기 설득 방안에 대해 "북핵 문제가 예상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체계적 대응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북한도 설득하고 미국도 설득하는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1월중에 대응책을 국민에게 제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않겠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인수위에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행정수도 이전의 타당성문제와 적지선정을 거의 비슷하게 함께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 주한미군철수 언급 파장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연이틀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공개 언급하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노 당선자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거듭 작정하고 말한 것"이라며 발언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주한미군철수 문제는 정치쟁점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새로운 정보에 접한 것은 없지만 일부러 작정하고 말한 것은 한국의 책임있는 단위에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라며 "경고 또는 일종의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취지에서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군철수에 대한) 국가적 프로그램과 시나리오가 잘 준비돼있지 않다는 점에서 물어보고 싶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주한미군철수는 있었고 그것은 항상 미국의 전략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 당선자는 충남 논산 계룡대의 3군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한미군에 대해 미국이 스스로 감축한다는 전략을 세운 적이 있으며, 국방 전략에 따라 감축얘기가 나왔다가 중단되기도 했는데, 최근에 또 (주한미군 감축)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한미군의) 감축전력을 한국군이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 장기적인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지 들은 바 없어 묻고 싶었다"면서 "군은 변화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5년 또는 10년, 20년 계획을 세워 대비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노 당선자가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파장이 일자 노 당선자의 이낙연 대변인은 즉각 보도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 당선자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보도자제 요청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이 문제의 공론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돼 노 당선자가 구체적으로 주한미군철수 가능성에 무게들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제기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노 당선자측이 남북대화와 대북지원 중단같은 강경책을 피해야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무현식 화법'이었다는 해명은 거짓인 셈이다.
이 대변인은 "전쟁시나리오 언급 부분을 '만약 미군이 군사적 조치를 취했을 경우 우리에게 매우 심각한 사태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과 나(노당선자)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것이다'라는 선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달라"고 기자들에게 요청했었다.
그러나 주한미군 감축문제의 공론화는 노 당선자가 대선과정에서는 주한미군이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반도 통일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밝혀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 김대통령 "북한 고립화 성공 못해"
김대중 대통령은 30일 미국의 대북 봉쇄 움직임과 관련, 『공산국가에 대해 냉전시대에도 억압과 고립화가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재차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고립화는)구 소련에서도 성공하지 못했고 동구에서도 못했고 중국에서도 못했고 월맹에 대해서는 전쟁까지 해도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냉전적 대결로는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개방으로 유도하고 대화를 해서 성공하지 않은 적이 없다』면서 『햇볕정책은 그런 경험과 확신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이어 『북한 핵 문제로 아주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우리는 앞으로도 흔들림없이 나가야 한다』면서 『관계가 경색될수록 햇볕정책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북한과 같은 폐쇄적이고 국제사회와 교류가 없는 상대를 대할 때는 엄청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우리가 햇볕정책을 가지고 북한을 유도할 때 그것은 반드시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개방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할 수 없으며 북한과 다시 냉전체제나 극단적인 대립으로 갈 수 없다』면서 『우리는 한반도 문제를 우방들과 긴밀히 협조하고 북한 핵을 단호히 반대하되 어디까지나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서 국민을 재난속으로 끌고가지 않고 후손들에게 불행한 유산을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 정부 "북 도발하면 단호대처"
30일 국회 본회의 현안질의 답변을 통해 정부부처 장관들은 북한의 핵개발은 전쟁용이 아니라는 데 뜻을 같이하면서도 북한이 국지적 도발 등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경우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세현 통일부장관은 북핵사태 대응 자세에 대해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단절은 압박효과보다는 위기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대북 압박은 파급효과와 득실을 신중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북 현금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앞으로 금강산 육로관광에 대해서는 정부의 경비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홍 외교통상부장관은 '주변국들과 연대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다. 최 장관은 "한미일 공조와 함께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이 영향력을 확대해 설득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에 특사를 파견할 계획이며 1월 중순에는 한일 외무회담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준 국방부 장관은 "한미간에는 미군철수 문제와 관련한 일체의 논의가 없었다"며 미국 조야에 일고 있는 미군철수 문제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북한이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는 준비된 계획에 따라 즉각적으로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석수 국무총리는 "북한이 핵포기를 스스로 할 수 있게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여의치 않을 시에는 북한을 상대로 직접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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