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선소감-김옥숙

빈 집 한 채가 있다.

뒤란에는 대나무 밭이 있다.

스스스 대숲을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장독대 옆으로 말라 죽어가는 포도나무와 빗물이 고인 절구통이 놓여 있는 집, 허물어지는 담장 사이로 들쥐들이 드나드는 집, 마루에 먼지가 보얗게 쌓이고 방안에는 눅눅한 시간이 곰팡내를 풍기고 있는 집, 식구들이 떠나온 집. 그 집 처마 밑에는 아직도 제비가 날아와 알을 품을 것이다.

우리 식구들이 떠나온 그 집이 꿈속에 자주 떠오른다.

산 위에서 우리 집 앞마당을 내려다보실 아버지, 많이 외로우시리라. 술을 그리 좋아하시던 아버지는 가시고 없고 아버지의 무덤에 술 한잔 쳐드리고 싶다.

나의 시는 고향에 두고 온 빈 집이다.

가끔씩 그 집으로 들어가서 나는 마루를 닦기도 하고 산을 바라보기도 하고 대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를 듣기도 한다.

내 마음 속의 빈 집 한 채 결코 허물지 않으리라.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 너무 많다.

가시밭길을 헤쳐오면서도 힘들다 한마디 하지 않은 나의 어머니에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예리한 독자가 되어주는 남편, 언니와 동생들,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늘 자극이 되어주던 노정완 작가, 글벗 선배님들, 반월문학 동인들, 경희사이버대학 박주택 교수님, 나의 시를 수업시간에 읽어주셨던 신경림.이기철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 시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울림이 깊은 시를 써서 보답하고 싶다.

◇약력 △1968년 경남 합천 출생 △영남대 국문과 중퇴 △경희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 휴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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