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속없는 노인교통수당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노인교통수당이 '고비용 저효율'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만 한 해 430여억원, 전국적으로 수천억원의 정부 재원이 투입되지만 노인 1인당 수급액은 월평균 8천여원에 불과, 예산 부담에 비해 노인복지 기여 효과는 크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 더욱이 대구시.경북도 등은 "이 돈을 고령화사회에 대비해 치매노인 보호, 노인 재취업 프로그램 운영 등 보다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보건복지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왜 고비용 저효율인가.=경북도는 올해 노인교통수당 지급용으로 334억여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8% 가량 늘어 난 것으로 해마다 노인교통수당 예산이 늘어나는 것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연평균 4%나 폭증하기 때문.

대구시도 올해 95억여원의 노인교통수당용 예산을 확보해 놨고 그 부담이 매년 5억여원씩 증가하고 있으며 노인인구가 증가하는데다 노인교통수당 책정 기준이 되는 시내버스 요금도 계속 오르는 탓.

이같이 정부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되는데도 이를 받는 노인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월 8천여원은 토큰을 10여개 사면 없어지는 소액이라는 점이 가장 큰 불만거리. 이삼봉(73.대구 상인동) 할아버지는 "한달 몇천원이 무슨 큰 유용성을 갖겠느냐"며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그냥 기분이 좋을 정도"라고 했다.

이씨 경우 사업체에서 나오는 별도의 수입이 있어 쪼들리지는 않는다며 "어려운 노인들에게 보다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노인교통수당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 중 이른바 영세민으로 간주되는 기초생활보장제 수급자는 대구 경우 7%, 경북은 11% 정도에 불과해 "그랜저 타는 노인이 교통수당까지 챙겨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바꿀까.=경북도 권오순 노인복지 담당은 "현재 우리나라 노인 복지시설 공급률은 노인인구 대비 0.5% 수준으로 선진국의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며 "현재 시설로는 노인 100명 중 1명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담당은 "이런 정도로는 고령화사회에 대비할 수 없다"며 효용성이 떨어지는 노인교통수당을 특별기금화해 당장 시급한 노인 복지시설 확충, 노인복지 프로그램 운영 등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대구시 신동룡 노인복지 담당도 "재산.소득이 많은 사람에게까지 일괄 지급하는 형태로는 예산 투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없다"며, "재산.소득 기준을 정해 지급대상을 축소하고 지급 금액은 높여 저소득 노인이 보다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대신 남은 재원은 다른 복지사업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보건복지부에 노인교통수당 제도 개선을 작년에 이미 공식 건의했고, 경북도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박태룡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복지 시스템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개선을 위해 노인교통수당 제도를 뜯어고쳐 보자는 논의는 필요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어떻게 도입됐나.=노인교통수당은 1996년 1월 처음 생겼다.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시내버스 무료 승차를 허용했던 경로우대증 제도가 1989년말 폐지되고 1990년 1월부터 노인승차권이 지급됐으나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푸대접 논란이 일면서 수당으로 현금화한 것.

현재 지급액은 대구 월 8천840원, 경북 8천400원 등으로 자치단체별로 지급액수에 차이가 있다.

제주도는 1만4천원을 지급해 전국 최다 수준이고 부산시.전남은 7천200원 정도를 줘 가장 적다.

대구.경북은 평균치보다는 많지만 다른 시도와의 금액 형평성 시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옥주 노인복지과장은 "재산.소득 등을 고려하지 않은 보편적 노인복지 서비스로는 노인교통수당이 유일하다"며 "여러 문제점은 인정하지만 국가가 노인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서비스를 없애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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