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에서 핸드폰.LCD 등 소위 잘 나가는 4, 5개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IMF 이후 지금까지 불황의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아직도 상당수 대기업을 비롯한 중소업체들이 구조조정을 빌미로 직원들을 거리로 쏟아내놓고 있어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우울하게 보내야 할 이웃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얼마간의 퇴직금을 받고 나온 이들이 그 돈으로 주로 손쉬운 식당, 노래연습장, 휴게실 등을 차리는 사례가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불과 몇달만에 빈털터리 신세로 전락, 결국 명의를 넘기고 마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 2000년 4천439개소에 달하던 일반음식점이 2년만인 지난해 말 약 1천여개 불어난 5천351개소. 유흥업소도 2000년 361개소에서 무려 547개소로, 휴게실도 623개소에서 683개소로 각각 늘어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경영난에 봉착, 폐업하고 명의를 변경해 주인이 바뀐 업소가 지난 한해 동안 일반음식점 1천377개소, 단란주점 23개소, 유흥업소가 305개소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미공단의 모 기업에서 근무하던 김모(48.구미)씨의 사례도 역시 마찬가지. 김씨는 지난 2001년 3월 회사의 감원리스트에 올라 찍 소리 한번 못하고 쫓겨났다.
그나마도 회사에서 소위 명예퇴직자란 명목으로 퇴직금에다 위로금까지 얹어 주었다.
이것저것 포함해 퇴직금은 모두 1억여원.
김씨는'왜 내가 짱짱한 이 나이에 쫓겨나야 하는가…'. 회사를 그만두고 난 후 한달여 동안은 울화통이 치밀고, 매일밤 불면증과 가위에 눌리는 등 선잠을 이뤄야 했다.
불현듯 이러다간 화병을 얻어 언제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해 왔다.
김씨는 "이미 쏟아진 물, 다시 쓸어 담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다시 회생할 방도를 찾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부터 매일 새벽녘에 일어나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거리를 뛰기 시작했다.
혹시 이웃사람들이 보지나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겼지만 눈을 딱 감기로 했다.
5개월이 지난 후 친구의 권유로 퇴직금을 털어 넣어 가요방을 개업했다.
건물 임대료, 집기 등 비용이 8천만원 정도가 들었다.
처음에는 지인들이 찾아오는 등 다소 돈벌이가 됐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지 3개월만에 미성년자들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로 2개월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후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영미숙과 함께 불법으로 손님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었다.
체질상 사무직 타입인 자신에게 이같은 사업은 맞지 않았다.
이래저래 손해만 보고 1년9개월만인 지난 연말 사업시작 당시 비용의 절반값인 5천만원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넘겨 버렸다.
다시 백수 신세가 됐다.
퇴직금도 얼마남지 않았다.
이돈으로 다른 사업을 해보려고 생각해 보지만 겁부터 덜컥 난다.
자칫 잘못하다간 남은 돈마저 다 날릴 게 뻔하다.
김씨는 요즘 또다시 하루하루를 지내기가 힘겹다.
지금도 구미시내에 공단에서 잘려나온 퇴직자들이 운영하는 각종업소들이 어느날 갑자기 떴다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설에는 고향을 찾지 못하고 구미에서 설을 쇄야 할 실직 근로자들이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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