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현재 신용 불량자가 260만명(경제활동 인구의 11%)을 넘었다.
금융감독원은 또 신용카드 연체액이 9조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카드빚 때문에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현역 군인이 총 든 강도로 변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강도행각을 벌이다 유치장으로 잡혀가는 사람들이 잇따라 생겨났다.
◇범죄의 수렁=지난 8일 경찰에 붙잡힌 성주 택시운전사 살해범들도 카드 돌려 막기 끝에 범행을 모의했다.
범인 임모, 정모씨는 각각 8장과 6장의 카드로 1천500만원과 500만원의 카드 빚을 6개월 동안 돌려 막다가 결국 범죄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범인 중 한 명은 비교적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다른 한 명도 특별히 가난을 경험하지는 않았다고 사건을 담당했던 성주경찰서 백운복 형사는 말한다.
백 형사는 "무분별한 카드 사용이 살인을 불렀다"며 "범인 둘 다 무스탕 점프에 자기 차를 소유했다"고 밝혔다.
학창시절 비교적 학업성적도 우수했던, 평범한 20대 청년들은 한순간에 살인자로 변하고 말았다.
◇막다른 골목=칠성시장에서 10여년간 착실하게 장사를 했던 강모(54)씨는 급한 마음에 카드와 사채를 썼다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매일 빚 독촉 전화와 협박,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험상궂은 사람들 때문에 집을 나와 비산동에서 쪽방신세를 지고 있다.
원치 않았던 이혼까지 당했다.
사채이자와 신용카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병원에 두어 달 입원해 있는 동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빚을 내 빚을 갚다보니 2년 만에 1천만원이 4천500만원에 이르렀습니다". 강씨는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울먹였다.
신용회복지원 위원회가 개설한 사이버민원실(www.pcrs.or.kr)엔 채무자들의 구제 호소가 쇄도한다.
"매일 걸려오는 상담원들의 전화에 하루에도 열 두 번 죽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용불량자가 돼도 좋고 은행거래가 끊겨도 좋습니다.
제발 빚 독촉 전화를 받지 않고 조금씩 부채를 갚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주부 유모씨의 사연이다.
딸 하나를 둔 주부인 신모씨는 친정 집 일로 카드론을 썼으나 남편은 모른다면서"이자와 빚 상환에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남편이 알면 당장 이혼을 요구할 거예요"라며 불안해한다.
그녀는 현재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는 빚을 한데 몰아 장기적으로 갚을 방법이 없겠느냐"며 눈물로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기계보수업체에 일하는 평범한 월급쟁이라는 한 남자는 빚이 8천만원이 넘었다며 정말 죽을 수밖에 없느냐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20대 신용불량자=은행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말 현재 20대 신용불량자 수는 46만여명으로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특히 20대 여성 신용불량자는 20만명에 육박,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무분별한 카드남발이 20대를 수렁으로 내몬 것이다.
금액도 1천만 원 이상이 48.99%로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20대가 대처할 수 있는 능력범위를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벼랑 끝에 선 중산층=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중산층의 몰락을 예고하고 있고 신용카드 남발이 젊은이들을 파산으로 내몰았다.
현재 전국의 가계 부채는 400조. 상환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빚을 얻어 쓴 시민들의 잘못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그러나 카드사의 고객 끌기 경쟁과 은행의 과도한 가계대출, 그리고 정부의 늑장대응도 수많은 중산층·서민 가정을 빚더미와 파탄으로 이끄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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