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면위 정지비행중 동체 '기우뚱'

대구소방헬기 사고는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구조된 장성모 정비사의 증언과 소방본부측 조사 중간 결과를 바탕으로 재구성해 보자.

사고 헬기는 18일 오후 3시19분쯤 대구 K2비행장을 이륙, 40분쯤 뒤 사고 지점인 합천호 상공에서 시험비행 중이었다.

정지한 채 떠 있는 하버링(제자리 비행) 상태로 수면 위 5m 정도 높이에서 각종 자동비행장치를 테스트하고 있었던 것.

그러나 헬기는 오후 4시~4시30분 사이 갑자기 오른쪽으로 쏠리면서 로터(몸체 윗부분의 회전날개)가 수면을 때린 뒤 180도 전복됐다.

헬기에 물이 차기 시작하자 뒷자리에 타고 있던 장성모 정비사, 영국인 마이클 딕비 헬기 설계사, 아르카디우슈 브로니슈 기술팀장, 스와보미르 비트총크 헬기 설계 담당, 스와보미르 그와스 조종 교관 등 5명이 미닫이 식으로 돼 있는 뒷문을 열고 탈출했다.

생존한 장 정비사는 취재기자들에게 "수면 5~7m 상공에서 정지 비행 중이던 헬기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기우뚱 쏠리면서 뒤집혔고 추락한 헬기가 침수되기 시작할 때 탈출해 떨어져 나온 문짝을 붙잡고 헤엄쳤다"고 말했다.

이때 상황과 관련해 소방본부 관계자는 탈출자들이 비상레버를 잡아 당겨 문을 떨어뜨린 뒤 이를 탈출과 구명에 이용했거나, 미닫이 형태의 뒷문을 열고 나온 뒤 헬기 추락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문짝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장씨는 물에 떨어진 헬기가 30초∼1분여 사이에 물 속으로 완전히 가라 앉았고 자신들은 육지로 생각된 곳을 향해 40~50분 가량 헤엄쳤던 것 같다고 했다.

장씨 외의 나머지 4명은 장씨와 떨어져 별도로 무리를 이뤄 200여m 헤엄쳐 호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가 장씨와 합류, 함께 하룻밤을 새우며 구조를 기다렸다.

헤엄쳐 나올 당시 실종된 2명도 물 위에 떠 있는 것이 보였으나, 육지에 도착해서는 만나지 못했다고 장씨는 말했다.

앞부분 조종석에 있던 크쉬슈토프 루친스키 주조종사, 유병욱 부조종사 등도 10여초 후 헬기에서 빠져 나와 장씨 등과 함께 기체에 매달려 물에 떠 있었으나 피난 도중 실종됐다는 것.

장씨는 "육지에 도착한 후 일행이 도로를 향해 구조를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했다.

시간으로 봐 그때는 이미 어둠이 내린 뒤였다.

이들이 한 시간 가량 헤엄쳐 물에서 빠져 나왔다고 볼 경우, 이들이 육지에 도착하고 난 한 시간 가량 뒤인 6시20분쯤에야 대구소방본부는 헬기 실종 상황을 소방항공대로부터 처음 보고 받았다.

또 구조대는 밤 9시쯤 호수보다는 산악을 중심으로 수색에 매달리다 밤 11시30분쯤 철수했다.

그러는 사이 장씨 등은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 나뭇잎 등을 끌어모아 옷 속에 넣고 서로 마찰해 가며 죽음과의 전쟁을 벌였다.

이들이 발견된 것은 19일 오전 8시40분쯤이었다.

생존자들은 오전 10시와 11시10분 두 차례에 나뉘어 대구 경북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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