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18일 KBS-1TV '노무현 당선자에게 듣는다'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새 정부정책비전,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 인사정책, 북한핵 문제 등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했다.
◇인수위 활동
-인수위가 고압적이고 점령군같다는 지적도 있다.
인수위와 정부간 관계설정은 어떻게 되는가.
▲처음에 혼선이 좀 있었던 것 같으나 대개 정리되고 지금은 대체로 순조롭게 잘 가고 있다.
시작하면서 서로 역할을 잘 몰라 마찰이 있었으나 일부 현상이다.
정책은 인수위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취임후 새 장관들이 선택할 수 있게 1, 2, 3안을 내놓으면 새 정부에서 선택하는 것이다.
인수위원들이 처음 와서 새정부공약까지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어떤 공무원은 수용가능, 수용불가라고 채점하듯 한 것이 있었으나 제가 개입해서 정리해 이제 잘 돌아간다.
-인수위원들이 대학교수 일색인 것은 인적자원의 폭이 좁은 것 아닌가.
▲정부를 짤 때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인수위에 대해 저는 정책을 인수하는 곳으로 방향을 잡았다.
당선자의 정책과 공약, 현정부의 정책들을 비교해 새로운 정책 방향을 잡아 다음 정부에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인수위원들이 새정부 구성 후에도 정책자문을 계속 해나가게 할 것이다.
그러면 정책일관성이 담보된다.
교수들이지만 그간 국민의 정부에서 조언을 했고 선거과정에서 정책자문과 공약수립 역할도 해온 분들이라 실무에 밝다.
-인수위에서 언론사 과징금 취소 결정과 관련, 공정거래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는데.
▲인수위는 지금 이뤄지는 일이 제대로 됐는지 잘못된 것인지 판단해야 다음에 정권을 인수하자마자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래서 직접 조사하지 않고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한 것이다.
감사 요청은 일반 국민도 할 수 있다.
언론개혁 목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논평하는 분도 있지만 그것과 관계없고, 공직자의 직무수행이 적법하고 타당한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비서실 운영
-청와대 비서실에서 민심의 여과없는 전달을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과 참모들 사이가 너무 멀어 대통령이 고립돼 있다.
비서가 대통령 만나려면 차를 타고 가서 결재를 받아선 토론이 있을 수 없고, 지시에 오류가 있어도 시정할 수 없다.
비서실 구조부터 개편해 출근해 복도를 지나가면서 이방저방 들어가 토론도 하고 복도에서 어깨도 부딪치고 의심스러운 것 있으면 물어보고, 비서들도 지시에 의심스러운 게 있으면 따지게 하겠다.
대통령의 지시는 장관에게 직접 하도록 하겠다.
특히 인사자료 정보에 대해선 전달 채널을 인사위로부터 대통령에게 직접 하게 하고, 민정수석실을 통해서 따로 전달하도록 하고 정무수석도 따로 하도록 하겠다.
하나로 통합하지 않고 정보전달은 대통령이 직접 받고, 정책기능은 정책기획수석이 전체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로 가져 가려고 한다.
-비서실의 정무기능을 어떻게 설정하나.
▲중요한 정책은 가급적 제가 국회에 나가 설명도 하고, 여야 의원과 대화도 하려고 한다.
실제로 그렇게 대통령이 한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같은 일을 비서실장, 정무수석이 수행하게 하려 한다.
정권안보를 위해 계획짜고 뒷조사하는 것은 절대안하겠다.
◇총리인선과 권력분산
-김원기 의원을 총리로 염두에 두고 있나. 개혁대통령-안정총리 구상은 그대로인가.
▲총리 인선은 아직 비밀이다.
정해져 있지도 않다.
기준도 말할 수 없다.
한마디 하면 비슷한 사람 거론되게 된다.
다만 안정총리 얘기는 했다.
그리 가야 할 것 같다.
국가는 특수한 존재다.
선박을 계속 항해하면서 내부를 수리해야 한다.
개혁은 수리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국정 항해는 계속해야 한다.
선장이 자꾸 들여다보면 항로가 틀어질 수도 있으니 믿을 만한 항해사가 항해를 계속하고, 개혁은 대통령이 안심하고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총리에 상당한 권한을 위임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과 총리간 분권이 어느 정도 가능한가.
▲분권형 대통령이라는 것에 대해 본시 동의하지 않는다.
다만 사정이 있기 때문에 그 말을 한 것이다.
실제로 집권이냐 분권이냐는 정당구조에 달려 있다.
대통령이 정당총재를 겸하지 못하면 권력은 일대일로 많이 분산되는 것인데 국민이 옛날의대통령 횡포에 놀라 권력을 분산해 주길 요구하는 것이다.
헌법대로 하면 총리에게 권한이 분산될 것이다.
당정분리를 통해 대통령이 정당을 지배하지 않으면서 한번 분권하고, 헌법대로 총리에게 권한을 주면서 한번 더 분권한다.
이렇게 2단계에 걸쳐 할 것이다.
이게 제대로 가겠느냐는 것인데 제도가 나쁘더라도 성숙하게 잘 운영하면 될 수 있다.
내각제든 대통령제든 정치수준이 낮으면 다 실패하고 높으면 성공할 수 있다.
지금 헌법대로 하면 프랑스식 이원집정제처럼 갈 수 있다.
프랑스식 정부를 한번 성공적으로 운영해보려 한다.
◇비리의혹 청산
-새정부 출범전 3대 의혹사건을 털고 가야 하지 않나.
▲누구라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저는 검찰총장 임기를 법대로 존중하겠다는 말밖에 안했다.
총장이 법대로 소신껏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책임을 묻는 과정에는 민심도 살피고 정치적 고려도 필요하지만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 정치적 고려가 들어가선 안된다.
지금 가진 생각은 검찰이 원칙대로 잘 할 것으로 보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다.
취임하면 정치적 고려없이 사실을 있는 대로 밝힐 것을 검찰에 지시할 것이다.
◇한미관계
-미국에선 노 당선자를 반미주의자로 보는 시각도 있다.
▲80년대 학생운동, 재야운동 하는 사람들 사이에 반미의식이 상당히 높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반미의식을 대부분 갖고 있지 않다.
반미의식이 더 많아보이는 것은 자주에 대한 자각, 과거 한미관계가 평등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좀더 국가의 위신을 살려줘야 한다는 요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반미의식은 줄어들고 자주의식은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노무현이 반미주의자라고 하는데 나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다.
세계경제 12, 13위권의 당당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지도자가 되고자 할 뿐이다.
수평적 협력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주장할 뿐이다.
-한미관계 기본틀이 한미상호방위조약이다.
평등하게 재체결할 의향은.
▲작전지휘권, 방위조약, 주둔군지위협정이 문제다.
남북관계에선 어느 정도 위기감이 해소되고 실제로 평화에 대한 안정감을 가져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 현저히 줄었다고 할 때라야 한국사람이 미국에 대해 할 말을 할 때도 불안하지 않게 된다.
5년간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할 정도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국내에서 심각한 대립과 분열이 초래되는 일이 없도록 하면서 변화를 추구하겠다.
◇북핵·대북문제
-뉴욕타임스 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했는데 근거가 있나.
▲북한 핵문제가 나오면 제 심정은 '휴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약간 내쉬는 심경이다.
그러면서 '역시 하늘이 우리 한국민을 버리지 않는구나'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실제 당선된 시점에는 미국의 강경파, 미국 행정부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북한에 대한 공격 가능성을 얘기하는 등 정말 절박한 심정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과 갈등이 있더라도 (미국의) 북한 공격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다행히 미국 여론이 돌아가서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고 구체화돼서 여기까지 왔다.
미국이 뒷걸음질쳐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제 대화테이블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보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대신 안전과 지원을 선택할 것이다.
개혁과 개방에는 한국정부와 주변국가들의 지원이 필수적인 것이다.
이것이 사리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주 남북회담이 3회나 열린다.
북한대표가 만나길 원하면 만나겠나.
▲어느 만남이라도 격식, 체면 따지지 않고 만나서 솔직하고 진지하게 대화해야 한다.
그래야 풀린다고 생각한다.
◇행정수도
-행정수도 이전공약은 이행되는가.
▲선거용 공약이 아니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해 청사까지 지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전이 안된 것은 민심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도권도 이대로 버틸 수 없다.
중앙과 지방간 불균형이 이대로 가면 또 다른 지역주의 갈등 소지가 되므로 반드시 옮겨야 한다.
이전하지 않고는 수도권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
국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옮길 것이냐, 그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것이므로 국민을 설득하겠다.
국가의 역사적 상징성을 가지는 수도이전은 국민합의와 강력한 뒷받침이 없으면 어렵다.
반드시 국민 합의를 거쳐 옮기겠다.
-청와대와 국회도 같이 옮기는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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