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민주경찰은 강해야한다

구한말(舊韓末) 개화기(開化期).

개화경찰의 고문이었던 스트리프링씨는 당시 한국 경찰의 임무가 백성들이 가장 두려워 했던 호랑이와 귀신의 공포로부터 지켜주는 일이라고 강조하고 호랑이 잡는 포수를 순검(경찰관)으로 특채했다.

또한 순검 뽑는 면접시험때는 '귀신을 무서워 하지 않겠다'는 선서를받곤 했다는데 호랑이와 귀신을 잡는다는 순검의 이미지는 그뒤 일제경찰 시대를 거치면서 백성들에게는 더욱 무섭고 두려운 존재로 인식됐다.

당시 경찰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였는가는 일제의 '조선 민간 관행관습 보고서'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경상도 거창군 안의라는 곳에 김아무개집 어린애가 학질이 걸렸는데 당시 학질에는 귀신을 놀라게 하는경압법을 쓰면 학질이 놀라 달아난다고 믿어 마을 참봉에게 학질떼는 부적을 써달라고 한즉, 참봉이 부적에다 '거창 경찰서안의(安義)주재소 순사 古川近之衛'라고 써줬다 한다.

파출소 일본 순사 이름을 이마에 써 붙이고 있으면 학질이 놀라 달아난다고 믿었을 만큼 경찰관의 위세가 무서웠다는 일화다.

최근 검찰과 수사권 독립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경찰의 위세가 만만찮아 보인다.

과거 한두번 수사권 독립 요구를 한적이 없지 않지만 이번엔 번번이 밀려났던 그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느낌이다.

그러나 새정부 출범을 계기로 다시 검찰과 맞서고 있는 한국 경찰의 권위와 대국민 공권력은 과연 어느정도 공고한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이마에 이름만 써 붙여도 학질이 놀라 떨어져 나갈만큼의 위세는 없다하더라도 적어도 치안력과 공권력에서 기본적인 파워는 유지 돼야 할텐데 솔직히 날이 갈수록 더 허약해지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공권력 경시는 공권력의 약화를 가져오고 공권력이 무시되고 힘을 잃으면 치안력 약화의 피해는 부메랑이 돼 공권력을 무시한 국민에게 되돌아가는 것은 상식이다.

요즘 파출소에서 전화기 부수고 의자 던지는 정도는 방앗간에 참새보기 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다.

연행자를 풀어 내놓으라고 경찰서에 수백명이 집단으로 몰려가 철문을 흔들어대도 체포는 고사하고 대학생 대표와 무마 협상이나 하고 앉아있는 허약한 모습으로는 학질은 커녕 고뿔도 못뗀다.

경찰봉을 휘둘러야 할 상황에 호루라기만 불고있다고 민주 경찰이 되는게 아니다.

진정한 민주 경찰은 불법과 범법에 대해서는 한치의 예외도 없는 서릿발같은 강한 공권력을 집행 함으로써 공동체 사회의 더 큰 이익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다.

민주경찰일수록 법테두리안에서는 대통령보다도 더 강할만한 존재가 돼야 하는 것이다.

경찰관과 경찰조직을 업신여기는 풍조나 경찰 스스로 나약함을 자조하는 분위기가 번지기 시작하면 사회기강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나아가 나라의 기강까지 흔들린다.

지금 한국 경찰에게 필요하고 요구되는 것은 수사권 독립 같은 제도적 권한다툼이 아니다.

수사권 독립 문제는 어느쪽으로든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인 쪽으로 결정돼야 할 시비거리이고 법률 전문가나 정치권, 그리고 검·경찰 지도자들의 냉철한 지혜와 판단력에 맡길 일이다.

국민들쪽에서 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경찰문제는 수사권이 어느쪽으로 넘어가든 인권침해와 수사에 따른 국민 불편만 없어지고 나아지면 그만일뿐 수사권 향방에 관계없이 중요시 하는 것은 경찰 공권력의 강화와 존중이다.

일부 과격 이익집단이나 민주국가의 자유경제 체제 사회에서 낙오된 불만세력으로부터 걸핏하면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는 경찰이 되고서는 국풍(國風)이 제대로 설리 없다.

경찰 또한 호랑이 잡는 순검시절에서 50년이 더 지났다.

젊은 간부경찰들의 자질이나 학문적 지식수준은 고시공부만 한 일부 비(非)법대출신 검사들 못잖다는 자부심도 있을 것이다.

독립 수사권을 쟁취하든 못하든 경찰의 공권력 회복과 강화는 경찰 엘리트들 스스로가 풀어야할 숙제요 몫이다.

민주경찰을 지향하되 반사회적 범법, 불법 시위나 특히 불법 노사행위 같은 이익집단의 탈법은 선진국 경찰처럼 혹독하리만치 엄격히 다스려야 한다.

민주사회의 보편된 이익을 지키기 위한 공권력을 수호하고 이름만 써붙여도 탈법자들이 학질을 뗄만한 강력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라.

파출소 하나 못지켜내면서 수사권 타령이나 해서는 설득력이 없다.

먼저 강한 경찰의 모습을 보이고 선진경찰의 권리를 얻어내자. 수사권 독립은 경찰 스스로 그러한 모습과 결의를 행동으로 보여줄 때 저절로 국민들에 의해 주어질 것이다.

다시한번, '민주 경찰은 강해야 한다!'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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