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동비행장치'결함 의혹

대구시소방본부 헬기 추락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자동비행조종장치'(Auto Flight Control System, AFCS)는 본래 사고 헬기에 내장돼 구입토록 돼 있었으나 제작사 사정으로 일년 이상 늦게 장착돼 이날 첫 시험비행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시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구입 의뢰를 받은 조달청이 2000년 12월21일 입찰에 부친 결과 LG 등 3개 응찰업체 중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낙찰돼 일년 기한으로 납품 조달계약이 체결됐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폴란드 시비드닉사에 이 헬기 제작을 의뢰, 자동비행장치를 장착한 헬기를 납품 받기로 했다.

그러나 시비드닉사는 자동비행장치 제작사인 프랑스 색스탄트사가 납품을 중도에 포기하는 바람에 영국 스미스사와 다시 계약했고, 이 과정에서 자동비행장치 제작이 상당히 지연돼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납품기한인 2001년 12월21일 자동비행장치를 장착하지 않은 반자동시스템(2-ASIS) 헬기를 대구시소방본부에 인도했다.

이때문에 자동비행장치는 일년이나 지난 지난달 초에야 국내로 반입돼 최근 장착 작업이 시작됐으며, 장착기간 중에 사고가 발생함으로써 자동비행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에 사고원인 조사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부착된 자동비행장치는 영국제 신제품으로 사고 헬기 기종에 적합한지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현장조사에 착수한 건설교통부 항공조사단 관계자는 "자동비행장치는 기동장치 및 전기.유압설비 등 헬기 핵심기기들과 연결된 통합제어시스템이어서 이 장치에 오류가 생기면 헬기 운항에 치명적인 결함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사고 헬기가 추락 직전 몇분 동안 합천댐 수면 위에서 정지한 채 떠 있는 제자리 비행(하버링.Hovering) 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우측으로 기울면서 전복됐다는 대구시소방본부 조사 결과와 관련, "자동비행장치는 하버링 과정에서 필수적인 수평조종 기능을 발휘하는 통합 장비여서 이 장치의 오류 가능성을 더 높이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교부 항공조사단 관계자는 "자동비행조종장치 오류로 인한 국내 사고는 전례가 없어 비행자료기록장치(FDR)를 확보해야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지만, 추락한 헬기는 개발.시판된지 20년 이상된 기종이어서 기체결함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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