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8일 여의도 63빌딩의 한 식당에서 한나라당 이규택, 민주당 정균환 총무와 오찬을 함께 하고 국정운영에 있어서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는 한편 행정부와 입법부에 대한 새로운 관계정립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회동은 노 당선자가 전날 여야 총무에게 직접 참석을 권유해 성사된 것으로 대통령 당선자가 여야 총무와 회동을 가진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며 노 당선자의 열린정치 구현 의지가 엿보이는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의 관계에 대해 노 당선자는 "과거에는 대통령이 소속 정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당정이 엄격히 분리돼 정당, 국회가 보다 강한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그는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국가명운이 걸린 중대사안에 대해서는 '밀고 나가기식'이 아니라 사전에 초당적 협력을 구하는 '파트너쉽' 동반관계 유지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특히 행정부와 입법부간의 대화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를 비롯해 조만간 계획을 세워 상임위별로 국회의원들도 만나 진지한 토론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의원들과의 토론은 상의할 의제를 가지고 만나 실질적인 토론을 실현, 의례적인 만남 수준을 과감히 탈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이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각종 의혹 문제와 관련, "당선자의 신분으로서 검찰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중도적 입장을 분명히 한 뒤, "다만 간접적 메시지를 보내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고 공정하게 처리할 것을 주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권력형 비리 의혹들을 '국민적 의혹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과거에는 내가 딱딱하게 정치적 길을 걸어 왔지만 앞으로는 부드럽게 정도만을 따라 걸어 갈 것"이라며 융통성을 강조한 정치 스타일 변화를 예고했다.
한편 한나라당 이규택,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이날 회동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정치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취임후에도 이같은 자리를 여야 의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양당총무는 이날 '3대 의혹' 및 '안기부 자금 사건', '국세청자금 선거이용 의혹' 등과 관련해 이견을 보였으나 당선자의 배석을 의식한 듯, "우리 둘이서 따로 만나 얘기하자"며 20일 총무회담 개최에 대해 합의한 뒤, 일단락 지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 화해무드 조성될까
정국에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 18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여야 총무와의 회동 이후 여야 관계의 질적인 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노 당선자가 모든 정국현안을 국회로 수렴,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할 것임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번주중 예상되는 노 당선자와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의 회동을 계기로 초당적 정국운영 기조가 좀 더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 당선자는 여야 총무를 만난 자리에서 "과거엔 대통령이 정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 했으나 이젠 당정분리가 됐고 정당과 국회도 자율성이 강화돼야 한다"며 "주요 국정은 국회를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며 "국가적 운명이 걸린 대외문제나 통일안보 정책 등에 대해 입법부와 사전조율을 하면서 초당적 협력을 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 노 당선자는 야당 등을 향해 "정계개편은 하지 않겠다"고 말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렸다. '야당과의 대화 물꼬를 터기 위해 우선 소수정권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계개편 문제를 당장에는 비켜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인정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총리 인준청문회나 검찰총장 등 '빅4 청문회'를 비롯, 새 정부의 조각절차, 취임 후 각종 개혁추진을 위해서는 원내 절대과반인 151석을 가진 한나라당의 협조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국이 조건없이 해빙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당장은 22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인수위법 처리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3대 의혹사건(4천억원 대북지원설, 국정원 도청의혹, 공적자금 비리)에 대한 특검제.국정조사 도입과 인수위법 처리 등을 연계시킬 지를 놓고 한나라당 내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이 총무는 "무조건 연계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으나 한나라당 박종희 대변인은 "3대 의혹사건에 대한 특검.국조 수용이 전제 돼야 한다"고 밝혀 연계 뜻을 고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한나라당은 현 정부의 의혹을 새 정부로 끌어들이고 법안 처리까지 막을 경우 예상되는 여론의 역풍이 부담이다. 핵심 당직자는 "노 당선자가 민주당 구주류의 반발을 무릅쓰고 3대 의혹 사건의 특검.국조를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하고 있다.
따라서 노 당선자가 한나라당내 강경론을 잠재우기 위해 어떤 카드를 내놓을 지가 관건이다. 당연히 현 정부나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3대 의혹 해결에 정공법을 택할 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여야 관계의 질적 변화를 예고한 마당에 한나라당 요구를 무조건 '묵살'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결국 새정권 출범 전후의 여야관계와 정국의 기상도는 3대 의혹 사건을 포함한 대형 의혹사건의 처리 방향에 따라 맑고 흐림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인수위법 처리문제 "청신호"
인수위법 등 차기정권 출범과 직결된 법안처리가 순항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이 각종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과 연계, 제동을 걸어왔던 인수위법 등의 처리문제가 지난 18일 열린 '3자회담'에서 관련법 통과에 대한 '협조' 쪽으로 가닥을 잡은 데 이어 19일에는 노 당선자가 TV토론회를 통해 한나라당이 요구한 '3대의혹 사건'에 대해 해소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비록 20일 열린 여야 총무회담에서는 한나라당의 '3대현안'과 민주당의 '9대현안'에 대한 이견이 있었지만 노 당선자가 국민적 현안에 대해 입장표명을 분명히 하고 있고 양당은 '당장 의혹규명을 실시하자'는 쪽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타진해 보려는 총론합의쪽에 무게를 두고 있어 관련법안이 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3자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당초 한나라당이 규정한 '7대 권력비리 의혹사건'을 ▲공적자금 비리 ▲4천억 대북지원금 비리사건 ▲국정원 불법도청 의혹 등 '3대 사건'으로 축소하고 나라종금 퇴출 로비 등 노 당선자와 직결된 현안들을 배제, 차기정권이 가질 수 있는 부담을 덜어줬다.
이같은 배경에 대해 이 총무는 "차기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방안으로 계산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3대현안 만이라도 깨끗하게 청산돼야 차기정권과 야당과의 관계정립이 바르게 될 수 있다"고 말해, 노 당선자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22일 처리 예정인 법안은 새정부가 출범하는 데 꼭 필요한만큼 이 문제를 현 정권의 비리의혹 사건과 연계해 문제 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혀 처리과정의 순항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노 당선자도 한나라당의 요구를 포함한 각종 비리의혹 사건 규명에 최대한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또 관련법안이 취임전 처리돼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는만큼 한나라당의 협조를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노 당선자는 현 정치권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각종 의혹 사건을 "국민적 의혹 사건"이라고 규정한 뒤 "취임전에도 검찰의 수사과정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지 않게 최선을 다할 것이며 취임 후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같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를 출범시켜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의 협조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민주당도 안기부 예산 횡령의혹 및 국세청 자금 선거유용 문제 등과 관련한 공세의 수위를 대폭 낮추기로 하는 등 유화 분위기를 보였다. 3자회동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를 겨냥한 '9대의혹 사건'을 집중 거론했던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총무회담을 앞두고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는 이같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정 총무는 "이 총무와 의혹사건 처리문제와 관련, 이견이 있었지만 우리끼리 만나서 해결하자는 선에서 일단락 지었다"고만 밝혔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민주 개혁특위 대전 국민대토론회
민주당 개혁특위는 20일 대전에서 제4차 국민대토론회를 열고 당 개혁방안 및 개혁 절차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해찬 의원과 장수찬 목원대 교수는 발제자로 나서 ▲진성당원화 ▲상향식 공천제도 수립 ▲중앙당 슬림화 ▲인터넷 정당 구현 등 방안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낡은 정치 타파에 대한 국민의 열망에 호응, 지난 40년간 존속된 정당구조를 개혁하자"며 "이를 통해 17대 총선의 승리와 노무현 정권의 안정화를 구현해 나가자"고 주장했다.
또 "중앙당을 축소하고 지방조직의 활성화를 통한 지방분권화를 실현해야 한다"며 "사무총장 및 대변인제를 폐지하고 원내총무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정치개혁의 일관성을 갖기 위해서는 당개혁 절차를 선정하는 문제도 중요하다"며 '공청회 개최→개혁의제별 심의→자문교수 토론회'의 순서를 제시하고 지구당 위원장, 시민단체,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장 교수도 발제문을 통해 의원총회 중심의 정당운영, 중앙당의 기능재편, 진성당원화 실현방안을 주장했다. 그는 "국민들은 아직까지 이념적, 정책적 입장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진성당원의 기준을 다소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화 과정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민참여 상향식 공천문제와 관련, △당원과 일반국민의 비율적 참여를 규정하는 미국식 △국회의원의 경우 해당지역구에 권력을 전면 부여하는 영국식 △지역구와 중앙당의 의견을 절충하는 뉴질랜드식 등 3가지 모델을 제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한나라당 개혁파 세불리기 가속화
한나라당 개혁파 의원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당 쇄신문제를 놓고 지도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개혁파 의원들은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정치·정당 개혁안 공청회를 열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한편 당개혁 방안을 조속히 도출하기 위해 압박을 가했다. 특히 공청회에 민주당 송영길 의원을 초청, 향후 정치개혁 활동에 있어 여당 개혁파 의원들과의 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을 낳았다.
공청회에서 개혁파 의원들은 ▲지구당 체제 폐지 ▲집행위원회 중심의 집단지도체제 도입 ▲국민참여형 상향식 공천제도 도입 ▲원내중심 정책정당화 등 개혁안의 조속한 실현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서상섭 의원은 "전국당원대회를 통해 지역 및 직능을 대표하는 집행위원 60여명을 선출한 뒤 이들 가운데 10명 이내의 상임위원을 호선, 선거관리 역할만 맡겨야 한다"며 "지구당은 폐지하고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는 당원협의기구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의원은 "각 분과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터넷 정당화 등 세부개혁안들이 일부 중진급 의원들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며 "조속한 개혁안을 확립해야 정당개혁을 이룰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중진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정치개혁 활동은 여야를 떠나 이미 범 국민적 요구로 받아들여 지고 있는만큼 여야 의원들의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 뒤 "16대 들어와서 처음으로 한나라당 행사에 참석하게 됐다. 한나라당에서 먼저 물꼬를 터 줘 기쁘게 생각하고 이같은 관계가 계속 유지됐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한나라당 홍사덕 개혁특위 위원장은 지난 19일 "늦어도 오는 3월말까지 전 당원 투표제 등을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등 당 쇄신 및 정치개혁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발표, 당 개혁 활동의 가속화에 힘을 실었다.
홍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4월 보궐선거는 새 지도부가 맡아서 끌고가야 한다"며 "전 당원 투표제는 각 지구당별로 실시하며 2, 3일에 걸쳐 투표를 완료 할 것"이라고 세부안까지 발표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창당 3주년 맞은 민주당
새천년 민주당이 20일 창당 3주년을 맞았다.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키면서 정권재창출에 성공한 민주당은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한화갑 대표와 당지도부 및 소속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당3주년 기념식을 가졌지만 분위기는 밝지않았다.
대선과정에서의 활동을 바탕으로 소속의원을 공신과 역적으로 분류한 '인터넷 살생부'파문이 증폭되면서 구주류와 신주류사이의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는 때문. 게다가 노 당선자측도 인수위를 구성하고 새정부 출범을 준비하면서 당을 제대로 챙기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당분위기는 '뒤숭숭'을 넘어 흉흉하기까지 하다.
이날 행사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친노성향의 이상수 사무총장은 "오는 23일 당 주관 연찬회가 예정돼 있는만큼 이날 기념식은 창당 정신을 되새기며 내부 행사로 조촐하게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 안팎에서 민주당 해체와 신당창당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당개혁방안 마련여부와 관계없이 최소한 당의 간판은 바꿔 달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년여만에 민주당은 생명을 다하고 조만간 당명을 바꿔 명실상부하게 '노무현 당'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그러나 여전히 당개혁방안에 대한 신.구주류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민주당의 진로는 불투명하다. 살생부 파문이 확산되면서 당내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어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당체제를 개혁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한편 지난 3년간 민주당은 정치적으로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민주당의 전신은 새정치 국민회의다. 민주당은 지난 2000년1월20일 16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 국민회의'에서 '새천년민주당'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그해 총선에서 패배했고 계속된 보궐선거와 지난 해 6.13 지방선거, 8.8 재보선 등에서 잇따라 참패하면서 대선전망도 지극히 부정적이었지만 극적으로 승리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선과정에서의 당내 갈등이 대선후 노출되면서 민주당은 새로운 쇄신과 체제개편이라는 강력한 요구에 직면해있어 민주당의 진로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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