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 당선자 "지방분권이 살 길"

27일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눈과 귀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입에 쏠렸다. '지방분권 및 국가 균형 발전'을 주제로 한 첫 국정 토론지로 대구.경북을 택한 그가 지난 대선 때 가장 적은 지지를 보낸 이곳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뭔가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이었다.

그러나 '선물'은 없었다. 노 당선자는 "나는 들으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는 "대통령이 출신지에 들르면 통상 많은 선물을 줘 왔지만, 그걸 받아 그 지역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고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제 그같은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고도 했다.

노 당선자의 말은 선물 정도의 가벼움을 넘어선 진지함과 비장함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수도권과 지방 간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지방 전체의 획기적인 발전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 때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전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상황이라고 그는 말했다.

목소리 크기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지고 정치 논리에 따라 상황이 반전되는 그런 시대는 끝났다는 단언으로 들렸다. 그런 방법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은 날을 고민해 왔으며, 좋은 의견을 듣고자 대구.경북에 왔다고 했다.

그러나 획기적인 지방분권을 약속하면서도 노 당선자는 '지방 간의 경쟁'을 조건으로 달았다. 좋은 발전계획을 제시하는 지역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했다. 중앙정부에 막연히 요구만 해대지 말고 실현성 높은 비전과 프로젝트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 책임 부분에서 지역사회의 몫을 강조했다. 지방정부들로서는 상황이 종전과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조해녕 대구시장도 노 당선자의 이 말을 잘 알아 들은 듯했다. 조 시장은 28일 오전, "대구가 발전에서 뒤지고 소외된 것은 정권과의 인적 채널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지방발전정책을 중앙정부에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때문에 "대구.경북은 지식기반산업 사회에 걸맞는 인적자원이 풍부한 만큼 지자체와 대학.언론과 힘을 합쳐 실현성 높은 비전과 프로젝트를 개발, 공식 채널을 통해 중앙정부에 제시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참석에 이어 대선 당시 지역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사들과의 티타임에서도 노 당선자는 지역의 자체 역량 강화가 필요함을 역설했고 참석자들도 지역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통령직인수위의 권기홍 사회문화여성 분과위 간사도 "지역에서 자치단체와 대학, 언론 등이 모두 나서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며 "단체장 따로 대학 따로 언론 따로 목소리를 달리해 지역의 역량을 흩어지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자칫 국가 재정을 지역마다 나눠먹기 식으로 빼먹기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지역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전략 마련에 대한 요구였다.

따라서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지역의 핵심 현안과 발전전략이 뒤바뀌고 단체장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고 모두 뒤를 따르라는 개발시대의 패턴에 대한 재고와 지역의 에너지를 한 데 모으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선물을 기다리기만 했던 지방으로 넘어와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노 당선자 대구방문 표정

0...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7일 대구의 마지막 공식일정인 지역상공인과의 간담회에서 지역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지역 민심에도 관심을 보였다.

건의에 나선 안도상 직물연합회장이 "상공인들뿐만 아니라 대구시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노 당선자에게 표를 제일 적게 준 지역이어서 지역개발이나 현안사업에 대해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안 회장은 이어 "대구 사람들이 좀 우둔해서 초지일관 한 길로 투표해서 당선자에게는 안됐지만 예쁘게 봐 주시고 이해해달라"며 "대구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화끈하게 밀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노 당선자는 "그래도 민주당이 역대 받은 표중에서 제가 제일 많이 받았다"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뒤 "당선되고 나면 그런 것이 오래 남아 있지 않고 앞으로 여러가지 일을 도와줄 지가 더 관심"이라며 지역정서 누그러뜨리기에 적잖은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날 지역인사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도 "대구.경북이 혹시 소외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데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기존에 정부가 하던 지원은 그대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당선자는 이 간담회에서 상공인들로부터 각각 외국인산업연수생제도 개선과 구미공단 경제특구지정,외국인고용허가제 도입제고, 포항 영일만 신항 중점투자지역

격상, 재래시장 활성화자금 확대 및 삼성상용차 협력업체문제 등을 차례로 건의받고 조목조목 답변했다. 노 당선자는 우선 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해 "숫자를 많이 늘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국익차원에서 인권문제가 안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미지역경제특구지정 건의에 대해서는 어렵다고 밝혔고 삼성차 문제에 대해서도 "도움을 드릴 수 없다"며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노 당선자의 대구상공회의소 방문과 관련, 한 관계자는 "대구 상의를 방문하는 후보는 당선된다는 속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노 당선자에 앞서 김대중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대구상의를 방문했지만 지난 대선에서 낙선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두 번의 대선에서 대구상의를 찾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0...이날 대구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정토론회를 비롯한 노 당선자의 주요 일정에서는 지역민들의 건의나 얘기보다는 노 당선자가 구상하고 있는 지방분권과 국정철학을 선보이는 자리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국정토론회가 1시간30여분동안의 짧은 시간동안 진행된데다 지역교수 등을 질문자로 사전에 지정하고 이들의 질의를 한꺼번에 하고 노 당선자가 나중에 한꺼번에 답변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진지한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행사는 노 당선자의 일방적인 '훈시'와도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으며 상공인간담회 등 다른 행사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0...한편 이날 오전의 국정토론회에서 조해녕 대구시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지방분권화의 필요성에 대해 더이상 언급할 때는 지났다.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요구에 밀려서 취임 초기에 관련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성급하게 서두르지말고 구체적인 대안에 대한 실현 계획을 갖고 실천해달라"고 건의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노 당선자 광주방문 표정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노풍(盧風) 진원지인 광주를 찾았다. 대선기간 중인 지난해 11월24일 방문한 뒤 꼭 65일만이자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후 5번째다. 광주.전남은 이번 대선에서 각각 95.2%와 93.4%의 지지율을 쏟아낸 곳이다. 노 당선자는 광주를 '반독재.민주화 투쟁'의 상징으로 치켜세우며 변함없는 지지를 당부했다.

0...먼저 노 당선자는 이날 오전 광주 하남공단내 중소기업지원센터 대회의실에서 열린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박광태 광주시장과 박태영 도지사는 주요 지역 현안을 설명하며 중앙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지역 상공인.언론계.학계 등 각계 대표와 함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김병준.이정우.김대환.권기홍 간사도 참석했다.

광주시는 문화수도 육성차원에서 문화관광부와 관광공사, 예술진흥공사의 광주지역 이전을 촉구했다. 전남도도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전남지역 투자유치 촉진 △관광산업 진흥 △농어업의 육성과 판로개척 △물류.교역의 활성화 등 4대 현안을 보고하고 중앙부처의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세계박람회무산 시민대책위' 소속 주민 200여명은 이날 토론장인 중소기업지원센터 앞에서 박람회 유치실패에 따른 사후 대책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0...노 당선자는 전날 대구지역 국정토론회에서 밝힌 지방분권 구상을 거듭 제시하며 "수도권에 집중된 사람과 돈을 분산, 지방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도록 대책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권한과 재정에 있어 지방의 권한을 대폭 확대해 획기적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며 "비록 중앙의 저항이 있겠지만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0...노 당선자는 또 광주 프린스호텔에서 광주.전남지역 인사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지역 여론을 청취했다. 또 오후에는 광산업 현장 방문차 광주 과학기술원에 들렀으며 이어 나주의 생물자원산업화 지원센터로 이동, 생물산업 현장을 둘러봤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노 당선자 구미방문 표정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7일 오후 2시 구미공단을 방문해 100여명의 상공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 당선자는 "21세기의 산업경쟁이 부품소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고 국내 전자통신 핵심부품 국산화율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혀 앞으로 구미 4공단내 부품소재산업 특화단지 조성사업이 급물살을 탈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미지역 상공인들의 구미공단에 국내 대기업의 본사는 물론 부설연구소와 정부출연 연구기관 이전 건의에 대해 노당선자는 "수도권 집중은 지방화 시대와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개선돼야 할 과제"라며 "지역산업 진흥을 위해 국책 연구기관을 지방으로 분산 또는 지방분원 설치를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노당선자는 "세계경제가 글로벌체제로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구미공단을 동북아의 수출거점지역 육성과 지역균형 개발 차원에서 각종 지원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이어 여성근로자의 복지문제 개선과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 제고,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의 정책 구상도 밝혔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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