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WHO 사무총장 당선의 의미

세계보건기구(WHO) 제6대 사무총장에 한국인이 당선된 것은 우리 민족의 어깨를 으쓱하게 하는 경사다.

1949년 지구촌의 최빈국으로서 세계보건기구에 가입한 지 55년만의 일이다.

WHO의 주요 수혜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반세기만에 지원국 그룹의 수장으로 올라선 것이다.

더구나 이번 당선이 WHO의 본 바닥인 유럽 후보자를 물리치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의 국제위상이 한결 돋보인다.

물론 이종욱(李鍾郁)이라는 한 개인의 헌신적 인간애와 부단한 의학적 노력도 과소평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그의 당선으로 인해 한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목소리가 더욱 커지게 됐다.

191개 회원국에 한국의 선진화된 이미지를 심어주고, 한국인의 국제기구 참여 길도 크게 확대시킬 전망이다.

5년 임기동안 세계의 보건의료 대통령으로서 그가 행하는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은 한국의 명예와 영광으로 연결될 것이다.

정부도 협력단을 구성해 차기 사무총장을 돕기로 했다니 적절한 조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회고해보면 우리의 국제화 도정은 세계가 놀랄만한 것이었다.

1988년 하계올림픽으로 물꼬를 튼 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했고, 이제 강원도 평창군이 2010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공언하고 있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남해의 작은 도시 여수가 2010년 세계박람회를 도전할 정도로 우리의 잠재력은 커지고 있다.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경선(2001년)에 나선 것이나 한승수 외교부장관이 유엔총회 의장(2001~2002년)을 맡은 것도 우리의 국력이 바탕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국제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국제사회의 시험무대를 무사히 넘겨야 우리의 위상과 영향력을 지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는 국가체제를 갖추고 사회의 사고수준을 높이며 문화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배타적 민족주의와 같은 낡은 이념 틀을 버리고 거시적 국제조류에 합류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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