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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숨도 못쉴 사고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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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죽을려구 그래?"

2003년 2월 18일 대구 중앙로 지하철역. 온종일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사고 발생후 몇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출입구 곳곳에서 시커먼 유독가스가 치솟고 있었다.

때문에 수십명의 승객들이 갇힌 지하3층 전동차에는 접근조차 힘들었다.

지하는 도대체 어떤 상황일까. 직업의식이 본능적으로 발동했다.

낮 12시 30분쯤 사고가 난 중앙로역 앞쪽역인 대구역으로 달려갔다.

단전된 터널안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좀처럼 발을 뗄 수 없었다.

"계속들어와!, 빨리빨리…들것…들것…". 지하 터널로 현장 진입에 성공한 북구 소방서 구조대원의 목소리가 멀리서 다급하게 들려왔다.

어렵사리 도착한 중앙로 역 북쪽 화재현장은 참혹했다.

폭격을 맞은 듯 일그러진 승강장 구조물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유독성의 매캐한 냄새가 공포감으로 엄습했다.

앙상한 전동차 내부에선 아직도 불이 타고 있었다.

발바닥이 뜨거워 왔다.

제대로 숨을 들이킬 수 없었다.

일회용 마스크로 입을 감싼채 어둠을 더듬었다.

불빛이 간절했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휴대폰 액정화면을 켰다.

희미한 휴대폰 빛에 의지해 발걸음을 옮겼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기자라고는 혼자뿐이었다.

"당신 죽을려고 그래?. 잘못하면 질식해". 한 구조대원이 외마디를 지르며 매연속으로 손전등을 바삐 움직였다.

2층 계단에 올라간 구조대원이 쓰러진 승객을 업고 내려왔다.

"살았어!. 물! 물! 빨리 실어내". 대원들은 필사적이었다.

들것으로 또는 업은 채로 레일을 따라 황급히 빠져나갔다.

숨이 멎은 듯한 승객들은 안타깝게도 방치돼 있었다.

일부 구조대원은 산소마스크도 없이 입을 연신 틀어막으며 콜록이고 있었다.

지상에선 국·내외 언론사 가운데 제일 먼저 도착한 본사 이채근기자가 몇시간째 매연속을 헤집고 다녔다.

취재과정에서 매연을 많이 마신 듯 우리 두명은 심한 통증을 느꼈다.

상해가 심해져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진단결과는 저산소증. 의료진이 산소호흡기를 채우고 주사제를 놓는 바람에 졸지에 환자신세가 돼버렸다.

전문가들은 화재현장에서 유독가스를 마시면 호흡기 화상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폐를 다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병상에서 투병하는 환자들의 쾌유를 빈다.

사선을 넘나들며 언제나 재난앞에 홀로서는 소방대원들. 이들에게도 따뜻한 관심을 가질때다.

터널속에서 들려온 외마디가 생생하다.

"당신 죽을려구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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