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 가정이 늘고 있는 현 추세에 친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한다는 현행법은 재혼가정에 두 번의 상처를 준다.
힘겨운 과거를 가진 두 가정이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마당에 어머니쪽 자녀는 아버지와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주위로부터 눈총을 받기 일쑤고 '사랑'으로 받아들였더라도 훗날 호적등재나 재산분배 등에서 갈등은 지워지지 않는다.
실제로 재혼가정의 아이들은 늘 "왜 아버지와 성이 다르냐"는 주위의 물음에 시달려 가족얘기 하기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서울지법 북부지원이 최근 친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한 현 민법조항이 "헌법이 규정한 행복추구권과 평등원칙,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생활유지에 위배돼 위헌소지가 있다"며 위헌제청을 신청했다.
이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2000년에 신청된 호주제 위헌제청과 함께 현행 부계혈통 위주의 가족법 근간이 크게 바뀌게 된다.
여성계에선 이 조항 때문에 수많은 가정이 고통을 받고 있고 새 아버지의 성을 받기 위해 자녀를 사망신고 했다가 다시 출생신고를 하는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자녀가 반드시 친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한 나라는 거의 없다.
일본도 1947년 이미 호주제를 폐지하고 부부의 의사에 따라 자녀의 성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도 어머니가 재혼하면 해당 관청에 신고해 새 아버지의 성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 역시 아직은 아버지 가계를 잇는다는 전통적 관념은 있으나 최근 여성들이 경제적 능력이 늘어나고 1가족 1자녀가 늘어나자 부모 양성을 따르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다 한다.
중국은 우리와는 달리 법상 자녀의 성을 임의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과 강금실 법무장관이 새 내각에 기용되면서 이러한 문제의 근간이 되는 호주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특히 강 법무는 2000년에 '호주제 폐지' 논문까지 낸 장본인. 관련부처 장관이 둘다 여성이니 호주제도 명이 다한 듯 하다.
호주제란 호주 아래 나머지 가족 구성원이 속해 있는 가족제도다.
호주 제는 남성우선 원칙이다.
법률상 여성의 지위가 낮아 여성계가 이의 폐지를 요구했고 유림 등에선 "전통적인 가족제의 혼란을 가져오고 근친상간의 우려가 있다"며 반대해 왔던 제도다.
▲잘못된 법은 고쳐져야 한다.
그러나 국민적인 공감대를 갖도록 공청회 등을 거쳐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입법과정에서 유림들의 반대도 만만찮을 것이다.
호주제가 가족단위라면 여성계가 대안으로 내놓은 '가족부제'든 '1인1적제'든 모두가 개인위주의 제도이기 때문에 호주제가 폐지될 땐 엄청난 사회변화를 가져올 것임에는 틀림없다.
도기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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