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보리, 이라크 사태 싸고 '최악의 분열'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사찰 결과 보고를 앞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간 견해차가 뚜렷해짐에 따라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을 허용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영국, 스페인이 지난 주 안보리에 제의한 이라크 사태 관련 제 2차 결의안에 대해 프랑스와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강력히 시사하고 독일과 중국이 이에 동조하고 나선 가운데 한스 블릭스 유엔 사찰단장은 7일 안보리에 이라크 사찰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유엔 관측통들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 지난 80년대 냉전이 종식된 이후 안보리 상임이사국들간 가장 첨예한 대립 양상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릭스 단장은 지난 해 11월 유엔 사찰단의 이라크 사찰이 재개된 이후 3번째 사찰보고서에서 이라크의 무기사찰 태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블릭스 단장은 5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한 달 동안 이라크는 (사찰활동에) 적극 협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가 폐기에 나선 '알 사무드 2' 미사일에 언급, "그 미사일들은 실질적인 무장해제 상태"라면서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들이 대량 파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제안한 이라크 결의안에 대해 상임이사국인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독일 등 비상임 이사국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어 결의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미국안에 대항해 이라크에 대해 사찰활동을 강화하고 사찰 시한을 적어도 7월까지 연장할 것을 규정한 대체 결의안을 회람시키고 있으며 이 결의안에 대해 안보리 이사국 10-11개국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사찰단의 안보리 보고를 앞두고 콜린 파월 미국국무장관은 이사국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일 예정이지만 찬성 정족수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미국은 사상 처음으로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유엔 결의 없이도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미국이 이라크 결의안 표결을 포기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은 5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계획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파월 장관은 또 후세인 대통령은 이라크가 무장해제를 하지 않을 경우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유엔이 경고한 '심각한 위협'을 피할 수 있는 "한가지 마지막 기회"를 내던졌다고 지적했다.

파월 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 3국 외무장관들이 파리에서 긴급회담을 갖고 미국이 제출한 새 이라크 결의안의 안보리 통과를 저지할 것임을 천명한 지 수시간만에 나온 것이다.

한편, 이슬람회의기구(OIC) 정상회담에 참석한 이슬람 정상들은 5일 미국 주도의 이라크전을 '전면 거부'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이라크 사태의 외교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카타르 수도 도하에 긴급소집된 OIC 정상들은 폐막 성명에서 "이라크에 대한 어떠한 공격과 이슬람국가의 안보에 대한 어떠한 위협도 전면 거부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또 이슬람 국가들은 이라크는 물론 어떠한 이슬람 국가의 안보나 영토권을 목표로 하는 군사행동에 동참하는 행동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OIC 소속 57개 회원국 정상이 참가한 이날 회담은 지난 주 비동맹운동(NAM)회의와 아랍연맹 정상회담에 이어 이라크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세번째 수뇌급 회담이다.

외신종합=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