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힌 재테크...근로자들 '죽을 맛'

주식은 폭락장세를 이어가고 예금이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생필품 가격은 오르기만 하면서 도시 근로자들의 재테크가 유례없는 '저수익 고비용'의 허약체질로 변모, 근로자 자금사정에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포항공단 근로자 김모(48·포항시 용흥동)씨는 작년말 저금리를 이유로 2천만원 남짓한 은행예금을 털어 주식에 투자했으나 약세 장세에 불안을 느낀 나머지 손해를 감수하고 최근 이를 모두 처분하면서 원금을 반토막냈다.

이모(39·포항시 지곡동)씨와 최모(42·포항시 장성동)씨 등도 작년말 당시 대통령 선거 및 신년 등 시기적 장세호전에 대한 기대감에 편승해 각각 은행에서 1천만원씩 빚을 내 주식에 손댔지만 본전은 날리고 이자만 물고 있다며 한숨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0대 중반 이전의 젊은 봉급쟁이들은 이미 발생한 투자손실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빚을 내 재투자하거나 복권열풍에 빠져드는 등 경제적·심리적 공황에 빠져드는 경우도 상당수라는 소문이 직장인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최근 수년새 직장에서 퇴직한 이모(59·포항시 대이동)씨와 대기업 퇴직 임원 김모(61)씨는 정반대의 경우. 이들은 재작년 말∼작년 초 정국이나 장세변동에 따른 위험부담이 큰 주식과 부동산을 모두 처분해 수억원씩을 은행에 예금했으나 이자로 생활비 충당이 안돼 이씨는 최근 집평수를 줄여 이사했고, 김씨는 택시운전사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또 근로자들이 봉급수익 이외의 다른 재테크에 대부분 실패하면서 투자 적자분과 예금 무수익에 따른 부족자금을 카드빚으로 메우는 임시방편적 개인경제 운용구도가 장기화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4, 5월 파산근로자 속출을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간부는 "카드빚을 갚고 속편히 지내겠다며 퇴직금 중간정산을 청구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미은행 배기홍 포항지점장은 "현시점에서는 예금 등 여유자금은 3∼6개월짜리 단기상품을 중심으로 운용하고 신규투자처를 물색하기 보다는 관망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카드빚은 주택담보 등을 통해 이자가 낮은 대출상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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