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통령의 임기

정권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데 장관 임기만큼 정확한 잣대는 없을 것이다.

장관 임기가 길수록 정권의 안정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미국의 경우 국무장관 등 주요 참모들이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우리의 형편은 딴판이다.

역대 정권들의 평균 장관 재임기간을 보면 전두환 정부가 18.3개월, 노태우 정부가 13.7개월, 김영삼 정부가 11.6개월, 김대중 정부가 10.6개월이다.

이 통계는 일반인들의 체감정치와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얼마전 한 설문에서 국민의 85%가 "장관 임기는 최소 2년은 돼야 한다"고 응답한 것도 "장관임기가 길어야 국민 살기도 편하다"는 말의 역설로 해석된다.

▲요즘 시중에 대통령의 통치가 먹혀든 기간을 헤아리는 말들이 있는 모양이다.

단명장관이 수두룩한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빗대 대통령의 (실제)재임기간을 어림잡은 이야기다.

5년 임기의 김영삼 대통령은 3년을 버티는데 그쳤고, 김대중 대통령은 2년을 채우자마자 파국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실제)재임기간을 예측하는 입 빠른 소리도 없지 않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애독했다는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요즘의 대통령학 교과서쯤 되는 책이다.

당나라의 기틀을 마련한 태종과 그를 보좌한 명신들의 치국관을 토론 형식으로 담고 있다.

이 책은 당나라 현종과 문종, 송나라 인종, 요나라 흥종, 원나라 세조, 청나라 고종, 조선왕조, 일본의 도꾸가와 막부에 이르기까지 통치의 필독서로 전해졌다.

정관정요의 요체는 '창업이 수성난(創業易 守成難)'이다.

쉽게 말해 대통령 되기는 쉽고, 대통령 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시경(詩經)에도 이와 비슷한 문구가 있다.

"시작을 잘못하는 사람은 없어도 끝맺음을 잘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법언이 그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요즘 동분서주하고 있다.

"저러다 체력 감당이 되겠느냐"는 걱정이 일 정도로 의욕적이다.

파격과 참신함이 국민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청량제가 되기도 한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국정장악 의지가 넘쳐 단명장관이 양산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장관의 임기가 정권과 동행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직접통치 무대가 넓어질수록 장관의 입지는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

재경부장관의 법인세 1% 인하방침을 뒤집고, 부산지역 고속철 통과방식을 재검토케 한 게 그런 예다.

어제는 평검사들과 직접대화에 나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의 입지에 훼손이 없었나 걱정되기도 한다.

진리는 평범한 데 있다.

"바쁠수록 돌아가라" 그것이 수성의 비결 아닐까.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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