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19·112 사고나도 '따로 대응'

대구 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재해 상황에 대한 방재 관계 기관간의 공조체제 강화 및 제도화 목소리가 높으나 가장 기본적인 소방 119 상황실과 경찰 112 신고센터 사이에서조차 거의 협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기관들에 따르면 119 신고는 하루 2천여건 접수되나 그 중 112에 통보되는 것은 20여건에 불과하고, 112 신고분 1천900여건 중 119 통보건은 5건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구소방본부 손경헌 종합상황실장은 "경찰과의 정보 교환에 제도화된 것은 없고 자의적으로 업무 협조 차원에서 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라고 말해 대형 재난에서도 공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 때도 119 상황실은 9시54분에 사건을 접수받고도 10시가 넘어서야 112에 통보했으며, 심지어 지하철공사는 화재 발생 20여분 뒤에 119로 화재 발생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 대비 훈련 공조는 더 안돼 실제 상황에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대구경찰청 김만일 경비경호 주임은 "소방기관 등과 재난 방지 훈련을 함께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경찰은 일년에 한두번 민방위 훈련에 참여해 교통통제를 맡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대구지하철공사 한 직원은 "작년 7월 소방기관과 함께 소방안전훈련을 했지만 승강장 또는 선로 위 화재를 예상한 도상 훈련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전동차 배차시간을 조절한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에 따르면 캐나다 밴쿠버 경우 '스카이 트레인' 전철 전동차 안에 노란색 비상벨을 설치, 이를 누르면 사령실·경찰서·소방서 등과 동시에 연결된다.

이때 방재 당국은 어느 전동차 몇 번 객차에서 이 버튼이 눌려졌는지 곧바로 파악할 수 있어 인터폰으로 객차 내 상태를 파악한 뒤 전동차가 도착할 다음 역에 소방관·경찰관·의료진을 대기시키도록 하고 있다.

일본 지하철역 경우에도 승강장 벽에 50m 간격으로 비상 버튼을 설치해 두고 '위급할 때는 비상 버튼을 누르시오'라는 안내 방송을 수시로 하고 있다고 했다.

플랫폼 추락사고 등 때 이 버튼을 누르면 바로 사령실·경찰서·소방서와 연결이 된다는 것.

대구의 방재망 통합관리 체제 구축에 대해 대구소방본부 김신동 본부장은 "소방에는 재난관리에 축적된 경험이 많은 만큼 경찰 등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배경식 방호과장은 "사고 발생 초기에 경찰과 소방기관이 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동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119·112 통합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대구경찰청 112센터 강창선 실장은 "정보 공유는 좋으나 수많은 유형의 신고를 사안별로 분류하고 적절히 대응하려면 전문지식이 필요해 통합에는 현실성이 적다"고 난색을 표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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