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점심을 같이 할 사람

최근 WHO(세계보건기구)의 차기 사무총장에 한국인 이종욱 박사가 선출됐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소식에 가슴 뿌듯해 했을 일이다.

소식을 접한 필자는 WTO(세계무역기구)에서 분쟁담당 상임조정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를 떠올렸다.

그는 국제변호사, 대학교수, 외교통상부 법률 자문관으로 일하다 몇 년 전 홀연히 WTO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한 시골에 정착해 힘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가끔은 점심을 같이 할 수 있는 한국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의미는 같은 국적의 사람끼리 점심 정도를 즐기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 곳에서 함께 근무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금 WTO의 한국출신 정식 직원은 그 외에 한 명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5년 준비 끝에 들어간 그 자리를 김치 맛을 아는 사람으로 채우기 전에는 아까워서 못 나오겠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국제기구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전문 영역에 대한 탁월한 실적과 경력, 높은 수준의 언어, 문화적 이해 능력을 요구한다.

그런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출신들이 가끔은 점심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우리도 이러한 인재들을 키워야 할 때다.

주류, 철강과 섬유 등 여러 분야에서 국제적인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정보에 의존해서 대처할 필요는 더욱 커진다.

이때 우리는 한국인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흔히 눈에 뻔히 보이는 적은 손실에 대해서는 아까워하면서도 국가 간이나 지역 간의 반덤핑 제소 등으로 인해 큰 손실을 보는 것은 간과하기 쉽다.

비단 WTO뿐만 아니라 유엔의 각 부처 산하기관들, CNN과 다른 세계적인 뉴스매체 및 통신사들, 국가 신용도를 평가하는 각종의 국제금융기관 등에서 점심을 같이 먹는 한국인들이 많아져야 한다.

세계보건기구 차기 사무총장 자리에의 한국인 선출이 내게 주는 의미는 이렇게 각별했다.

계명대 FISEP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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