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 끝자락 저녁 '퐁듀'파티로 초대

한겨울의 스위스. 추위는 매섭게 몰아치는데 여름에 만들어놓은 치즈는 말라비틀어지고 빵은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이 때 누군가가 장난삼아 커다란 냄비에 남은 치즈 조각들을 넣고 끓인 후 딱딱한 빵을 찍어먹어 보았다.

그랬더니 부드럽고 따뜻해 먹기 좋은 것이 아닌가.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스위스의 퐁듀. 몇 년 전 한 여배우가 광고에서 선보여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우아한' 음식이 실은 열악한 환경이 낳은 서민음식이었던 것이다.

퐁듀(fondue)는 프랑스의 'fondre'(melt 녹다)에서 온 말로, 긴 꼬챙이 끝에 음식을 찍은 후 녹은 치즈나 소스에 담갔다가 먹는 음식을 통칭한다.

퐁듀의 어원 때문인지 퐁듀 냄비세트는 신혼부부에게 인기있는 선물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겨울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주앉아 따뜻한 불가에서 돌아가며 치즈를 찍어먹던 풍습은 재미난 놀이도 남겼다.

퐁듀용 포크가 아주 길기 때문에 종종 포크 끝에 꿴 빵이나 고기를 떨어뜨리기 쉽다.

그럴 때 마다 벌칙이 있는데, 여성이 떨어뜨리면 오른쪽 남성에게 키스를 해야하고 남성이 떨어뜨리면 와인 한 병을 사야한다는 것. 한번도 떨어뜨리지 않은 사람은 바닥에 눌러붙은 진국의 치즈 누룽지를 긁어먹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퐁듀를 만들기 위한 기구는 의외로 간단하다.

빵을 꽂아먹는 긴 포크와 함께 카크롱이라는 퐁듀 냄비 그리고 버너. 굳이 카크롱이 없더라도 방열이 제대로 되고 든든한 손잡이가 있다면 퐁듀 냄비로 손색이 없다.

퐁듀는 치즈 퐁듀가 기본이지만 재료와 소스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3월, 다정한 사람들과 함께 겨울의 끝자락을 즐기며 퐁듀로 몸을 녹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옆 사람이 빵조각을 떨어뜨리기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치즈 퐁듀= 가장 일반적인 퐁듀. 마늘을 반으로 잘라 반쪽은 퐁듀 냄비 안쪽을 문지르고 나머지는 잘게 다져서 냄비 안에 넣는다.

화이트 와인1컵을 냄비 안에 붓고 거품이 날 때까지 서서히 데워준다.

여기에 치즈(주로 에멘탈이나 그루엘 치즈)를 3분의1정도 넣고 녹을 때까지 저어준다.

△퐁듀 부르기뇽= 뜨겁게 데운 기름에 쇠고기 조각을 넣고 익혀서 여러 가지 소스를 찍어먹는 것. 쇠고기를 한입에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자른 후 냄비에 녹인 버터와 식용유를 반씩 붓고 데운다.

긴 꼬챙이에 쇠고기 조각을 찍어 1,2분 가량 익힌 후 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

△초콜릿 퐁듀= 주로 디저트로 먹는 것으로, 녹인 초콜릿이나 크림에 과일이나 빵조각을 넣어 찍어먹는 것. 초콜릿과 빵류, 체리, 딸기, 바나나 등이 있으면 금방 해먹을 수 있다.

특히 초콜릿이 타지 않으면서 굳지도 않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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