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현장취재> 東區 학교 공동화 '심각'

동구지역의 학교 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교육청의 특정학교 편중지원과 우수 학생의 타지역 유출, 수성구로의 위장전입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동구지역 교육 환경을 둘러봤다.

◇학교가 없다 = 현재 동구지역에는 실업계 고교를 포함해 8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학생수는 1만1천여명. 동구지역의 주민당 고등학생수는 0.03명으로 수성구(0.043명). 중구(0.072명).남구(0.064명).달서구(0.041명)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인문계 고교의 경우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동구지역에 위치한 인문계 고등학교는 대구동부여고, 정동고, 청구고, 영신고 단 4곳으로 재학생 수는 4천여명이 조금 넘는다. 인근 수성구의 경우 12개교에 학생수만 1만5천여명에 달하고 인구가 훨씬 적은 중구도 4개교 5천여명이다.

대단위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설 예정이어서 동구지역의 학교 부족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4천870세대 규모의 동호택지 개발지구가 오는 9월 완공될 예정이고 12월에는 2천세대 규모의 효목주공재건축단지까지 들어선다. 또 월하지구에 대규모 택지개발이 예정돼 있다. 특히 방촌동 강촌마을의 경우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 있지만 고등학교는 한 곳도 없다. 이곳 주민들은 하루빨리 학교가 들어서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김정숙(40.대구 방촌동)씨는 "인근에 고등학교가 없어 딸(중3)의 진학문제로 고민이 크다"며 "이번 가을에 시내로 이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최정미(43.대구 방촌동)씨는 "3년전 이사온 주민중 40% 이상이 수성구 등 타지역으로 이사갔다"며 "학교 문제 때문에 동구는 일시적으로 머무는 곳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교육환경 = 동구지역 학교들은 열악한 교육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대구동부여고.정동고.영신고 모두 인근에 철로가 있거나 비행기길 아래에 위치해 학생들이 적지 않은 학습 장애를 겪고 있다. 김진원(18.영신고3)군은 "기차소리 때문에 교시마다 5, 6번씩 수업이 중단된다"며 "이제는 기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지역이 넓은데다 학교수가 적다보니 학생들은 등하교하는데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있다. 영신고 재학생 이정식(19. 불로동)군은 "등교하는데 평균 40여분이 넘게 걸린다"며 "등교하는 자체가 고역이다"고 힘들어했다. 동구 소재의 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통학시간을 조사해 본 결과 등교시간이 30분 이상 걸리는 학생들이 학급당 평균 10여명이나 됐다.

◇학생 유출 심각 = 이처럼 동구지역이 열악한 교육환경에 시달리자 수성구 등으로 위장전입하거나 아예 이사를 가는 학생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김병수 대구동부여고 교감은 "지난해 동구지역 고교진학대상 중학생 중 상위그룹 50% 이상이 수성구 등 타지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 때문에 대학진학률이 떨어지는 등 학력저하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동석 영신고 교감은 "고3학생의 모의고사 성적을 수성구 고등학교와 비교해보면 각 영역별로 10점 이상씩, 총점에서 400점 만점에 50점 이상씩 차이가 난다"며 "요즘엔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학력차이가 더욱 커졌다"고 밝혔다.

반면 위장전입에 대한 대구시 교육청과 구청의 단속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수성구청과 대구시 교육청이 고등학교 입학대상자들을 상대로 위장전입생들을 적발해 각 학교에 통보했지만 이들에 대한 후속확인 작업을 하지 않아 단속의지를 의심케하고 있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위장전입수법이 워낙 다양하고 단속 인력조차 모자란다"며 "자식을 공부시키고자 위장전입을 하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나"며 단속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고교 신설 및 유치가 절실= 낙후된 동구지역의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를 신설하고 우수인재를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강동고가 동호동에 2004년 3월 개교할 예정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게 지역주민들의 목소리다. 김종민(40.대구 신천동)씨는 "교육당국이 대구시와 공조해서 동구지역에 적정수의 학교를 신설해야 한다"며 "수성구에 있는 학교를 동구지역으로 이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동구와 다른 지역의 교육환경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등학교를 유치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며 "현재 시내의 ㅇ고교 등과 이전 협의를 하고 있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