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라크 TV, 격추헬기 조종사 모습 방영

이라크 국영 텔레비전 방송은 24일 오후(현지시간) 이라크 중부 교전에서 추락한 미군 아파치 헬기 조종사 2명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라크 방송은 이들이 국제법에 따라 처리되는 전쟁 포로들이라고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날 카타르 위성방송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전송된 화면에는 크림색 기병바지를 입은 미군 조종사 2명이 4~5분간 차를 마시는 장면이 방영됐다. 이들은 그러나 카메라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채 머리를 돌려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카메라는 또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갑을 화면에 잡았는데 이 안에는 신분증과 신용카드, 전화카드 및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급된 운전면허증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송은 이라크인에 둘러싸인 채 초원 위에 추락한 아파치 헬기 1대와 헬기 조종사들의 헬멧 2개도 화면에 내보냈다.

모하메드 사에드 알-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이에 대해 "소수의 농부들이 2대의 헬기를 격추했다"고 말했다.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사령관은 그러나 이날 카타르 브리핑에서 조종사 2명이 작전중 실종됐다고 밝혔으나 헬기 1대가 이라크에서 실종돼 돌아오지 않았지만 두번째 헬기가 농부들에 의해 격추됐다는 것은 부인했다.

미국 언론들은 미 국방부 발표를 인용, 실종 병사들이 조지아주 아틀란타시 출신 로날드 영 주니어(26)과 플로리다주 출신 데이빗 윌리엄(30)등 2명이라고 전했다. 실종된 승무원 로날드 영의 어머니 케이 영 여사는 집에서 "텔레비젼 화면을 통해 아들의 모습을 알아봤다"고 밝혔다.

한편, 이라크 농민 1명이 24일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80㎞ 떨어진 카르발라 지역에서 작전을 벌이던 미군 AH64D 아파치 헬기 1대를 격추한 것으로 이라크 TV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이 전했다.

이라크 TV는 검은색 바탕 화면에 흰 글씨로 "최후의 심판에 처한 전쟁"이라는 자막을 내보내면서 추락한 헬기가 투하했을 것으로 보이는 헬파이어 미사일과 미군 1기갑부대 소속 배지를 단 2개의 헬멧과 추락한 헬기를 보여주었다.

아파치 헬기를 격추한 파틀라족 출신의 농민 알리 오베이드 멩가쉬 씨는 긴 회색 옷을 입고 머리에는 흰색과 검정색이 혼합된 케피야 두건을 쓴 채 이라크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나의 형제들과 나는 그것이 머리 위로 왔을 때 사격을 가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라크 텔레비전 방송은 추락한 아파치 헬기 조종사들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나중에 이들을 줄지어 세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텔레그래프는 말했다. 이와 함께 다른 한 대의 아파치 헬기가 이 지역 근처에서 다른 원주민들에게 격추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연합군은 추락한 헬기 조종사들을 구하기 위해 작전을 취소하 면서 연합군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구조에 나섰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지난 95년 보스니아 상공에서 추락한 미국 F16 전투기 조종사 스콧 오그래디 공군 대위가 세르비아군의 포위를 뚫고 도망쳐 6일간을 보낸 이래 미군 전투기 조종사가 적지에 떨어져 포로로 잡힐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이라크 각료들은 이번 전쟁에서 미군들과 곳곳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원주민들

과 예비군들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이라크 농민의 아파치 헬기 격추가 사실이라면 이는 전세계 전사상 1918년 이후 '최대의 행운'으로 꼽히는 사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텔레그래는 지난 1918년 호주 군인 세드릭 바셋 포프킨 병장이 프랑스 보수르솜 인근에서 자신의 위를 날아가는 독일 삼엽 비행기를 목격하고 공중으로 소총을 발사해 믿을 수 없게도 비행기 조종사를 맞혀 비행기를 격추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종합=여칠회기자 chilho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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