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릴레이는 숨가쁘게 전개된다.
섬진강의 매화, 오동도의 동백은 2월 첫 주자로 나서 뛰다가 산수유에게 바통을 넘긴다.
산수유가 샛노란 꽃을 무더기로 피우느라 기력이 쇠할 무렵, 봄꽃의 대명사격인 벚꽃이 새로이 질주를 시작한다.
벚꽃의 향연도 진도가 빠르다.
눈만 겨우 보이는 듯하다 어느 순간에 활짝 피어나 특유의 화사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 자리서 억지로 오래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가만히 두어도 일주일 정도만 자태를 뽐낸다.
바람이 좀 세게 불거나 비라도 내릴라치면 꽃잎은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다.
그래서 눈꽃처럼 흩날릴 때도 아름다운지는 모르지만.
벚꽃은 한때 일본의 국화라 하여 배척받기도 했다.
하지만 1962년 왕벚나무 주산지가 제주도란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금은 봄꽃의 대표주자가 됐다.
벚꽃 명소도 경남 하동 쌍계사 진입로, 경주 보문단지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 가운데 가장 전통적인 벚꽃 명소는 매년 만개한 벚꽃을 무대로 군항제를 열고 있는 경남 진해가 아닐까.
진해의 벚꽃나무는 총 22만여 그루. 가로수가 1만여 그루이고, 공원과 산지에 14만여 그루, 벚나무단지에 4만여 그루, 그리고 각급 관청과 녹지대에 약 3만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시 전체 인구 14만여명보다도 더 많다.
3월 말에서 4월 초순 사이엔 도시 전체가 벚꽃 속에 파묻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가운데도 더 벚나무가 밀집해 있고 경관이 아름다운 명소는 있기 마련이다.
▶진해 벚꽃명소
△장복산 공원
삼한시대에 장복(長福)이라는 장군이 무예를 익힌 곳이라는 장복산(582m)은 창원시와 진해시의 경계에서 진해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산이다.
정상에 서면 진해 시가지와 푸른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산기슭 88만여평에는 공원이 조성돼 있는데 경남문학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경남문학관과 놀이시설인 파크랜드,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열리는 시민회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2번국도상의 장복터널을 지나자마자 나오는 검문소에서 1979년 큰 산사태가 난 적이 있는 마진터널입구까지 1.5㎞의 왕복 2차로 도로 양쪽에는 수십년생 벚나무가 촘촘히 서 있다.
가지가 하늘에서 맞닿아 또 하나의 터널을 이룬다.
마진터널 입구 서쪽에는 산사태때 많은 인명을 구하고 순직한 해군 헌병 8명을 추모하는 비가 있다.
△여좌천과 진해내수면연구소
놀이시설인 파크랜드에서 진해여고까지 이어지는 여좌천을 가운데 두고 벚나무가 늘어서 있다.
길이는 약 1.5km. 각종 행사가 펼쳐지는 시내 일원보다 덜 혼잡하다.
사진촬영 장소로 관광객뿐 아니라 진해시민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여좌천과 인접한 진해내수면연구소는 군항제 기간에만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다.
입구 양어장에는 고기가 연이어 물위로 솟아오르고 벚나무를 포함한 수만 그루의 나무가 자연 그대로의 숲을 이루고 있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이용되는 곳이다.
△제황산공원
진해시청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시민공원이다.
입구에는 '일년계단'이라 불리는 365개 계단이 있다.
계단 양쪽 벚나무 아래에 개나리가 오밀조밀 심겨 있어 한꺼번에 개화할 때면 잘 조화를 이룬다.
해발 90m 정상에는 1967년 군함의 마스터형으로 건립한 높이 28m의 9층짜리 '진해탑'이 있는데 1, 2층은 박물관으로 이용중이다.
꼭대기에서는 진해 시가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1927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세운 전승기념탑이 있었으나 광복과 함께 철거됐다.
△해군기지사령부와 해군사관학교
군항제 기간에만 개방된다.
잘 정돈된 군부대 풍경과 함께 화사한 벚꽃을 감상할 수 있는데 특히 기지사령부 정문 부근의 벚꽃길이 장관이다.
지난해 군항제때는 장천부두에서 관광객이 군함에 직접 승선해볼 수도 있었지만 올해는 부두의 수심이 얕아 이 행사는 열지 않는다.
해군사관학교에서는 실물 크기로 제작된 거북선과 함께 이순신 장군 관련 자료들이 소장된 박물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두 곳 모두 개인 승용차로 진입이 가능하다.
△경화역
철도청에서 민간에 매표를 위탁한 간이역이다.
평일에는 하루 4번, 토·일요일에는 하루 6번만 통일호 기차가 선다.
진해 시가지 대로변에 있지만 담장도 따로 없다.
플랫폼 양쪽에 오래된 벚나무가 200m 정도 줄지어 서 있어 운치가 다른 어느 곳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안민도로
장복산 자락으로 난 5.6㎞의 이 길은 창원에서 진해로 들어가는 관문 중의 하나이지만 고갯길이어서 평소에는 차량통행이 거의 없이 산책로로 이용된다.
진해의 벚꽃길 중에서 최장코스로 꼽힌다.
벚꽃이 만개하면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다.
높은 곳에 서면 꽃눈길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 외 가볼 만한 곳
진해시 풍호동 행암에서 안골마을까지 총 20㎞에 이르는 해안관광도로를 달리면 남해의 절경 감상과 함께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길 수 있다.
길 양쪽으로 벚나무, 아열대 식물들이 있어 남국의 정취도 느끼게 한다.
한편 올해 군항제는 29일부터 내달 7일까지 10일간 열리며, 진해의 벚꽃은 이달 말에서 내달초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는길:구마고속도로 마산IC에서 빠져 2번 국도를 타고 마산, 창원을 지나면 진해에 이른다.
대구에서 2시간 소요.
송회선기자 s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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