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통영 국제음악제

경남 통영시는 빼어난 예술가·문인들을 많이 낳았다.

작곡가 윤이상, 서양화가 전혁림, 시인 유치환 김춘수, 시조시인 김상옥, 소설가 박경리, 극작가 유치진 등이 모두 이곳 출신들이다.

특히 세계적인 작곡가로 명성을 날렸던 윤이상을 낳았을 뿐 아니라 예술에 대한 열기가 두드러져 '동양의 나폴리'라 일컬어지기까지 한다.

더구나 이곳에는 한 독지가에 힘입어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이름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제의 주연주장을 본뜬 동굴음악당 건립이 추진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인구 13만8천여명의 작은 도시 통영은 지금 오선의 봄 축제에 빠져 있다.

세계 각국에서 음악인들이 속속 찾아들고, 도천동의 '윤이상 거리'와 앞바다가 환히 내려다보이는 통영시민회관 일대는 갖가지 현수막들로 빼곡하다.

평소 먼 이국 독일에서 통영을 '내 힘으로 국제적인 음악 도시를 만들어보겠다'던 윤이상의 꿈을 시민들이 일궈내 소중하게 여겨진다.

▲'통영국제음악제'가 25일 밤 경남 통영시 통영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막이 올랐다.

4월 2일까지 이어지는 올해의 이 음악제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악단으로 주빈 메타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카펠라 합창단, 후고 볼프 현악사중주단,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 독일의 실내악단 '앙상블 모데른' 등이 참여하고, 윤이상의 오페라 '나비와 미망인' '류퉁의 꿈'을 빈 오페라단과 국립오페라단이 봄밤을 화려하게 수놓게 된다.

▲풍성한 공식행사에 못지 않게 지난해부터 선보인 프린지(Fringe·주변부 축제) 행사들도 다채롭다.

가수 조영남씨가 총감독을 맡은 '프린지 갈라 콘서트'에는 '윤이상 교가 합창제'와 윤도현 밴드의 축하 공연 등으로 분위기를 북돋우며, 오보에 재즈 콰르텟, 투오미 재즈 트리오, 남해안 별신굿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펼쳐지게 된다.

첫날 오프닝 콘서트에서는 자리를 꽉 채운 청중들의 열렬한 갈채로 세계적인 음악제전으로 발돋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다.

▲살아생전 윤이상은 고향에 가보는 게 소원이었지만 1967년 동백림사건으로 서울에서 옥고를 치른 뒤 민족분단의 비극 때문에 1995년 이역만리 타향 땅에서 눈을 감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비무장지대에서 음악제를 열려고 했으나 무산됐었다.

이념 문제로 고국을 등지고 이국을 떠돌며 살아야 했던 윤이상의 음악이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고향에서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제 서양의 아류나 모방에서 탈피한 우리의 참모습을 지구촌에 널리 보여줄 때도 됐다.

통영국제음악제에 큰 기대를 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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