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정 불협화음 부른 인권위의 반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라크전 반대와 그 연장선상의 파병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한 것은 본분을 잊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인권위의 논리나 의견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유엔의 합법적 승인을 거치지 않은 전쟁에 반대한다"는 원칙론은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내용이다.

헌법 5조에 명시된 '국제평화유지 노력과 침략전쟁 부인' 규정과 관련한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이번 전쟁을 '침략'으로 규정할 요소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견서의 논리나 타당성이 아니라, 인권위가 그런 발표행위를 할 수 있느냐다.

알려진 대로 인권위의 법적 토대는 한국에 거주하는 국민과 외국인의 인권보호 활동이다.

전쟁반대와 파병문제는 통치권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으로 인권위가 관여할 계제가 못된다.

이라크전에서 비롯되는 국제인권 현안도 정부나 유엔, 시민·사회단체의 몫이다.

정부기구인 인권위가 이번과 같은 법외적 활동을 하게된 것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착각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더욱이 인권위의 행위가 단순한 법질서 혼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기강을 문란케 하고 국익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게 된다.

국방부가 농수산물 수입개방을 반대한다고 그런 입장을 표명할 수는 없다.

산업자원부가 청와대 참모진 인사를 다시 하라고 권유할 수 있겠는가. 모든 정부기관은 법에 의해 나름의 책임과 권한을 설정해두고 있다.

그 영역이 존중될 때 정상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인권위의 이번 발표는 그런 상식을 깨는 행위다.

청와대로 대표돼야 할 사안에 끼어 들어 "감 놔라, 대추 놔라"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국정의 파행과 혼돈을 예고하는 것 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인권위는 이라크 전쟁 파병이 아니라, 인권위 고유의 일을 해야 한다.

"일본정부는 종군위안부에게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일본 최고재판소를 비난하는 일이 그 하나다.

정치범수용소, 탈북 송환자 등 북한 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인권위의 역할이다.

이런 가까운 일을 제쳐두고, 먼일에 나서는 인권위의 시각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는 인권위원장을 포함한 일부 인권위원들이 공직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실수는 한번으로 충분하다.

정부는 더 이상의 국정혼란과 국익상의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가능한 인사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

파병에 대한 국론분열이 확대되지 않도록 확고한 정책추진 태세를 보여줄 것도 아울러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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