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난개발 방지 새 국토법 부동산 시장 일대 혼란

올 들어 국토의 난개발 방지와 함께 도시의 계획개발을 목적으로 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법)'이 제정, 시행되면서 부동산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고 있다.

국토법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주택공급과 아파트 신규 분양가격에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 노선(路線)상업지역(대로변 상업지역)과 타 용도지역이 겹치는 땅의 용도지역별 건폐·용적률 적용,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세분화이다.

◆용도지역별 용적률 적용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새 '국토법'과 관련,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까지만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던 '일부는 상업지역이고, 일부는 일반주거지역인 땅'이다.

종전에는 건축물의 건폐율·용적률·용도제한 관련 규정이 도시계획법 적용을 받으면서 건축부지의 절반 이상이 해당되는 용도지역의 용적률을 적용 받았으나 올해부터 '국토법'으로 넘어가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법에서는 여러 필지로 구성된 땅 가운데 작은 필지의 면적이 330㎡(100평)이하일 경우 가장 넓은 면적이 속하는 용도지역의 규정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작은 땅이 100평을 초과할 경우에 대해선 별도규정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상업지역 1천100평과 일반주거지역 500평 등 2개 필지 1천600평의 땅에 주상복합건물을 건축할 경우 적용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지상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은 얼마나 될까? 도로변 쪽 1천100평은 일반상업지역의 최고용적률 1천%, 뒤쪽 일반주거지역 500평은 일반주거지역의 최고용적률 300%와 각기 다른 건폐율을 적용 받는다.

또 준공 후 사용용도를 엄격히 구분해야 하는 불합리한 일도 생긴다.

특히 행정당국의 해석대로 건축이 이뤄질 경우 의자모양의 기형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고, 필지별로 쪼개서 지으면 소규모 건축물밖에 들어설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 때문에 일반주거지역 등을 포함하는 노변 상업지역에 건물이나 주상복합빌딩 등을 건축키 위해 해당 지자체에 건축허가 신청을 해놓고는 뚜렷한 해결점을 찾지못하고 있는 건설업체나 땅 주인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건교부는 "부분토지의 규모가 100평을 초과하는 경우, 해당 용도지역에 적용되는 건폐율과 용적률을 각각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대구시도 "규정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법이 마련된 이상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련법 규정은 토지이용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막아 주택공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 아파트 분양가격 인상 등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라며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도 "취지는 좋지만 도시별 사정을 감안치 않고 일률적인 법적 잣대를 들이대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춘 노변에서조차 대형건물 신축을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합리적으로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용도지역 세분화

'국토법'의 일반주거지역 '용도지역 세분화'방안도 이해 당사자들의 큰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현재 대구시내에서는 일반주거지역에 대해 아파트 등 공동주택 신축때 용적률을 300%까지 허용하고 있지만 늦어도 오는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용도지역 세분안'이 마련되면 사정이 그렇지 않다.

제1종지역은 200%, 제2종지역은 250%, 제3종지역은 300% 이하로 용적률이 각각 제한된다.

이 경우 용적률이 제한 선보다도 더 떨어지게 된다.

300%까지 허용하는 현재도 동(棟)간 거리와 일조권 등을 고려, 220~230% 선으로 건축허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0%와 250%로 제한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용적률은 충분히 추정 가능하다.

이같은 법안 시행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쪽은 건설업체와 해당 지역의 땅을 가진 지주들이다.

건설업체들은 제1종과 2종지역으로 구분되는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아파트사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땅값 상승으로 평당 분양가격을 500만원 이상으로 올리지 않으면 사업성이 없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 가운데 난데없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실제로 모 업체는 대구시 수성구에서 일부 부지를 매입하던 중 용도지역별 세분안이 마련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매입을 중단한 상태다.

2종지구 이하로 묶일 경우 용적률 하락으로 비싸게 매입한 땅에 15층 이하의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또 달서구에서 사업을 준비중인 한 업체는 땅을 매입할 수도, 계약한 땅을 해약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불평이다.

땅을 가진 지주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지금까진 부르는게 값이었는데 법안 시행 계획이 알려지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시청과 구·군청을 통해 의견을 미리 들어본 업체들이 제1, 2종지역으로 구분될 가능성이 높은 땅에 대해선 관심을 갖지않고 있기 때문.

대구시의 용도지역 세분안 용역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도시에서 산발적으로 초고층 아파트가 치솟고 있는 난맥상을 확인하고 도시의 난개발 방지와 계획개발을 목적으로 법을 만든 만큼 용적률이 현행대로 유지되는 제3종지역은 최소화 될 수밖에 없다.

용도지역 세분화가 이뤄지면 제1, 2종지역에서는 종전에는 25층까지 짓던 아파트 높이를 15층 이하로 낮춰야 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아파트 가구수를 줄여 손실을 입는 분양금 수입만큼 가구당 분양가격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단독주택지를 무차별 매입,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자체가 줄어들게 된다.

비싸게 매입한 땅에 15층 내·외의 아파트를 지어서는 수익성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이같은 여건을 감안, 일반주거지역에서 아파트 신규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상반기중 건축심의와 허가를 받기 위해 부지매입을 서두르고 있는가 하면 지주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땅값을 요구할 경우 부지매입 자체를 속속 포기하고 있다.

"부지매입에 목을 매다간 교통영향평가, 건축심의 등 관련 행정절차를 밟지못해 사업이 하반기로 미뤄져 땅을 매입하고도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노변지역 용도별 용적·건폐율 적용과 일반주거지역 용도별 세분화 조치는 도심의 땅을 효율적으로 개발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도시 땅 이용 효율성 저하와 아파트 신규공급물량 축소 및 분양가격 상승 등 역기능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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