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파병안 2일 처리 합의

민주당과 한나라당, 청와대는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오는 4월2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들은 뒤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그러나 반전.평화의원 모임 등 파병반대의원이 표결전 충분한 자유토론을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해 표결을 저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파병동의안 처리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민주당 정균환,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은 30일 접촉을 통해 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예정되어 있는 다음달 2일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처리한다는데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노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 뒤 민주당이 찬반토론을 통해 의사진행방해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처리해주겠다"고 밝혀 파병반대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김원웅 의원은 "표결전에 찬반토론을 신청할 것이며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의사진행발언을 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부영 의원도 "파병동의안 처리는 이미 늦어진 만큼 무리해서 4월2일 처리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음달 3, 4일 양당대표 연설을 들은 다음 다음주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반전.평화의원모임 소속 의원들은 31일부터 의원회관에서 파병반대를 위한 연쇄 1인 시위에 들어가 김홍신, 서상섭, 송영길, 오영식 의원순으로 하루씩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날 농성에 들어간 김홍신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라크전은 거대 군수회사와 석유재벌을 등에 업은 미국 정치권의 더러운 획책에 따른 침략전쟁일 뿐이므로 대한민국을 전범국가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면서 파병동의안 철회를 요구했다.

◈ 파병안 처리 여전히 '안개속'

이라크전 파병동의안 처리가 다음달 2일로 미뤄졌지만 처리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파병반대 의원들이 갈수록 세를 불리고 있는데다 동의안 처리가 어차피 늦어진 만큼 무리해서 이날 반드시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들이 의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균환,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와 청와대 유인태 정무수석은 지난 주말 전화접촉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예정돼 있는 4월2일 파병동의안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여야가 이같은 뜻을 모은데는 지난 28, 29일의 전원위원회에서 파병문제에 대한 찬반토론이 충분히 이뤄진데다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노 대통령이 파병문제에 대한 확실한 의중을 밝힐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날 파병동의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나라당이 4월2일 파병동의안을 처리하되 노 대통령의 연설을 들은뒤 민주당이 찬반토론을 통해 의사진행을 방해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데 대해 파병반대의원들이 국회법에 보장돼 있는 토론을 봉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병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반전.평화의원 모임은 당론이 아닌 자유투표에 맡겨야 하며 표결전 충분한 토론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31일부터 의원회관에서 김홍신, 서상섭, 송영길 의원 순으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다만 파병반대 의원들은 반대토론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파병안 표결의 실력저지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이부영 의원측은 "전원위원회에서 이미 입장을 밝혔지만 좀 더 토론해도 무방하다"면서 "파병안 처리가 이미 늦어진 만큼 굳이 4월2일 처리할 필요는 없으며 양당 대표의 연설을 들어보고 처리해도 늦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 의원측은 또 "충분한 토론기회가 주어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도 실력저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원웅 의원도 같은 견해를 밝혔다. 김 의원은 "표결 전에 찬반토론을 신청할 것이며 이것이 안되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표결을 저지할 것"이라며 "그러나 실력저지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야 지도부가 표결을 밀어붙이면 4월2일 동의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도부의 설득이 의원들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고 한나라당도 파병안 처리에 초당적으로 협조하되 반대의원들이 의사진행방해를 할 경우 나서서 이를 말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파병안 처리 문제는 여전히 안개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