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스트레스 공화국'이란 말이 있다.
이혼, 배우자의 죽음, 정년퇴직, 과도한 업무와 승진경쟁, 입시, 해고에 대한 불안, 취업난, 카드 빚 등 우리를 둘러싼 스트레스 요인들은 무수히 많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다.
스트레스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건강한 삶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신건강의 날(4일)을 맞아 스트레스를 해부해 본다.
성취욕과 자존심이 강한 실내건축디자이너 이모(38)씨. 그는 최근 슬럼프에 빠졌다.
10년간의 직장 생활을 접고 지난해부터 자기 일을 시작했으나 불경기로 사무실 임대료 내기도 벅차다.
집에 생활비를 건네지 못한 지도 몇 달째. 이곳 저곳 뛰어다니며 영업활동을 하지만 기름값만 날리기 일쑤이다.
더욱 참을 수 없는 점은 대학 다닐 때 공부엔 관심이 없었던 친구들이 오히려 돈을 더 잘 벌거나 성공했다는 사실. 잘 나가는 친구들이 자랑을 늘어놓으면 기분이 상할대로 상한다.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빨리 뛴다.
온 몸에 열과 식은 땀이 나기도 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세상살이에 실패한 것은 아니냐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스트레스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인 신체 증상으로는 입과 목이 마르고 떨리며, 심장이 두근거린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질병을 일으킬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노르에피네프린, 코티솔, 성장호르몬,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등이 과다하게 분비된다.
이들 호르몬(스트레스 호르몬)은 자율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쳐 소화장애, 근육긴장, 어지러움, 두통, 대소변 장애, 성기능장애 등을 일으킨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가 기(氣)를 위로 치솟게 하고 감정을 놀라게 해 생리기능을 저하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정호 인보당한의원 원장은 "스트레스는 기운의 변화를 일으켜 불면증, 소화장애, 두근거림, 불안, 피로 등의 증상을 초래한다"며 "같은 스트레스라도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른데 이는 심리상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호르몬과 놀란 자율신경계는 면역기능을 약화시킨다.
따라서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잘 생기지 않고 감기나 감염성 질환에 잘 걸리게 된다.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를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협심증, 심근경색, 고혈압 등에 걸리기 쉽다.
이런 사람들은 분노나 경쟁의식을 느낄 때 혈압이나 맥박수가 일반인보다 높다.
스트레스는 위·십이지장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위산과 위의 움직임에 악영향을 미쳐, 신경성 위염이나 심할 경우 위궤양, 십이지장궤양을 일으킬 수 있다.
신경을 바짝 쓰면 설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스트레스로 인한 과민성 대장 증후군.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도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트레스가 생기면 머리와 목의 근육이 수축돼 피가 잘 통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두통의 원인이다.
스트레스는 비만을 초래하기도 한다.
스트레스 해소를 입(먹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경우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한 살 때 느끼는 구순기적 상태로 퇴행해 입으로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은 뇌졸중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덴마크 예방의학연구소 신경과 연구팀이 미국심장학회 학술지 '뇌졸중'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자 5천600명, 여자 6천9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뇌졸중으로 사망할 위험이 8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불면증, 피로감, 목과 어깨 결림, 요통, 흉통, 내분비장애, 생리전 불쾌감 및 생리불순, 식욕부진이나 과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인 증상은 불안, 우울, 신경과민, 급격한 기분변화, 자존심 저하, 분노, 좌절감, 적대감, 죄책감, 집중력 저하, 건망증 등이 있다.
곽호순 원장(곽호순 신경정신과병원)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이병인 '화병'은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 생긴 신체적 증상이다"며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악화시켜 수 많은 질병의 원인이기도 하고, 만성질환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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