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을 7개월이나 앞둔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수능이 벌써 큰 걱정거리가 됐다고들 한다.
지난달 31일 수능시험 시행계획이 발표되면서 난이도가 작년 수준이 되리란 예측이 대다수 언론에 보도됐기 때문이다.
신문.방송들은 평가원이 지난 2, 3년간 시험 결과를 고려해 적정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데 근거를 뒀다.
그러면서 올해도 재수생 강세, 2005학년도 입시를 피하기 위한 고3생들의 수시 과열 등의 예상까지 내놓았다.
'고3생 긴장, 재수생 반색'이란 선정적 표현을 서슴지 않은 기사도 눈에 띈다.
실제로 올해 수능시험이 작년 난이도 수준으로 출제된다면 수험생들로서는 이만저만 부담이 아닐 것이다.
4년제 대학 진학을 가늠하는 상위 50% 수험생의 평균 점수가 지난해 경우 270점으로 전년도에 비해 66.8점이나 떨어질 정도로 어려웠기 때문. 더구나 고교생들의 학력 저하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마당이니 난이도가 작년 수준이라도 실제 점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러나 수능시험 난이도에 대한 예상은 수험생이나 출제자 어느 측면에서 본다고 해도 오류를 빚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시험이 상대평가라는 점에서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대학입시는 결국 수험생이 수능시험에서 어느 정도 성취도를 보이느냐를 따지는 절대평가가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 비해 어느 정도 성취했느냐를 판별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출제자 입장에서 고교 교사들은 수능시험 난이도 맞추기를 '신의 영역'으로 치부했다.
전국 단위 모의고사 출제경험을 수차례 갖고 있는 한 교사는 "교사들의 출제 참여 확대, 모의평가 등을 통해 한 과목의 쉽다 어렵다 정도는 맞힐 수 있지만 10여개 과목의 전체 난이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맞춰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난이도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 교사의 설명을 들어보자. "영어 단어 가운데 'mountain'과 'hill'이 있죠. 웹스터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의미심장한 풀이가 있습니다.
'mountain'은 '주변 hill보다 높은 고지'를 말하고 'hill'은 'mountain보다 낮은 고지'를 말한다는 겁니다.
지표가 높은 지역에 가면 해발고도가 높아도 언덕이 될 수 있지만 낮은 데 가면 고도가 높지 않아도 산이 될 수 있는 거죠. 난이도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요". 오르고자 하는 고지(수능시험)의 해발고도가 어느 정도인지(절대평가)에 겁먹거나 안이해질 게 아니라 내가 딛고 선 땅과 어느 정도 높이 차이가 나는지(상대평가)를 비교해 전략을 짜라는 결론일 것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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