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병소·장이규전

○…최병소(60)씨의 손은 농부보다 훨씬 더 울퉁불퉁하다.

특히 가운데 손가락은 큼지막한 혹 같은 것이 툭 불거져 있어 상대방의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볼펜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쉴새없이 빗금을 치기 때문에 나타나는 직업병(?)이라 할까.

그의 행위는 그린다기 보다는 대각선으로 수없이 선(線)을 치는 과정이다.

신문지의 양면을 푸른색이나 까만색 볼펜으로 몇겹 덮어버리고 그위에 연필로 또다시 덮는다.

신문지를 볼펜과 연필로 빽빽하게 덮는 것이지만, 신문 자체로 보면 '지우기'라는 역설이 성립된다.

평론가들은 그의 작업을 놓고 "통제된 언론에 대한 극히 사적인 검열"이란 의미를 붙여왔다.

그는 "캔버스 살 돈도, 화실도 없는 가난한 화가의 몸짓"이라고 겸손해했다.

"볼펜으로 계속 긋다보면 무념무상이랄까, 마음이 조금씩 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내심이 없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작업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오래볼수록 더욱 맛이 난다.

일곱번째 개인전. 5월 2일까지 시공갤러리(053-426-6007).○…녹색이 조화를 부리다.

장이규(49)씨의 풍경화를 보면 갖가지 녹색이 캔버스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소나무는 어둡고 묵직한 녹색, 들판은 가볍고 맑은 녹색, 산은 짙고 칙칙한 녹색…. 작가의 색깔에 대한 연구가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한 평론가가 그의 그림을 '청록산수'라고 이름 붙인 것을 새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니겠는가.

그의 풍경화는 자연을 감각적으로 보는 서구 인상주의 경향과는 거리가 있다.

잘 짜여진 구도속에 물감을 차곡차곡 덧붙인다고 해야 할까. 꼼꼼하고 치밀한 붓질이 작품 전체의 무게를 더해준다.

차가운듯 하면서도 따뜻하고, 어두운듯 하면서도 밝고, 축 처져있는 듯 하면서도 팽팽하다.

자연을 평온하면서도 이지적으로 표현했다는 말이 적합한 것 같다.

80년대말 이후 지금까지 대구 구상화단의 한 축을 이끌었던 그가 요즘들어 부쩍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들어 3차례의 개인전을 열거나 열 계획이다. "그냥 열심히 그리는 거죠, 뭐…" 열네번째 개인전. 17일부터 26일까지 송아당화랑(053-425-6700).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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