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산사의 뜨락을 걷다 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마음을 정(精)하게 해주는 것이 산사의 맑은 공기라면 몸을 씻어주는 것은 인공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사찰음식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찰음식이 뜨고 있다.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현대인의 마지막 식품'이라고 불릴 정도다.
사찰음식은 오신채(五辛菜)와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 파, 마늘, 달래 등과 같이 매운 맛을 내는 야채인 오신채는 정력을 북돋우기 때문에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되며 사람의 품성을 어지럽힌다고 한다.
또 육류를 먹지 않는 것은 불교의 교리 중 으뜸인 '생명존중'에서 나온 음식문화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사찰의 경우에 해당될 뿐 일본이나 남방불교계에선 고기를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찰음식은 산나물 위주의 채식이 주를 이루는 반면 일본은 생활불교가 발달된 탓에 스님들도 해산물과 육류를 먹을 뿐 아니라 양념 소스가 다양해 재료 자체의 맛보다는 소스맛을 중요하게 여긴다.
중국은 향료가 발달, 향기나는 풀들이 많지만 튀김류와 볶음류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담백한 맛은 없다.
'부처님 오신날'이 다가오는 이맘때쯤엔 산나물이 주로 사찰의 식탁에 오른다.
5월 단오 이전에 나는 풀뿌리는 독성이 없어 약이 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단오가 지나면 날씨가 더워져 자연스레 쌈을 주로 먹는다.
불은사 주지 무공스님은 "사찰음식은 현재 알려진 종류만 해도 350여가지에 이르지만 새로운 음식이 계속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사찰음식이라고 해서 일반인들이 먹는 음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평소에 만드는 음식에서 육류를 빼고 담백하게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리면 바로 사찰음식이다.
식구들이 동의한다면 건강식인 사찰음식으로 식탁을 꾸미는 것은 의외로 쉽다.
일반인들이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사찰음식으론 사찰구절판, 밀전병, 버섯잡채 등이 있다.
또 버섯이나 두릅, 산나물 등을 얹은 나물초밥도 좋은 응용 음식. 이런 음식들을 만들 때 꼭 조미료를 사용해야 한다면 인공조미료 대신 천연조미료를 사용하는게 좋다.
무공스님은 우리 고유음식의 뿌리가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무공스님은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사람들의 정신을 담백하게 지켜주지 못합니다.
강한 맛에 길들여지면서 진하고 강렬하지 않을 경우 불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서양식 음식에 익숙해지면서 갖가지 질병도 발생하게 됐지요. 이를 치료하려면 자연식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충고했다.
사찰음식은 산과 들에서 나는 풀뿌리의 약리작용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산초는 구충제 역할을 하고 매실은 위장 기능, 솔잎은 혈액순환, 방아잎은 해독작용을 돕는다.
사찰에서는 가벼운 질병의 경우 약 대신 음식으로 치료하고 이런 기능을 가진 음식은 일상적인 식탁에도 등장한다.
사찰에서는 이런 약리작용을 활용해 건강을 돌본다.
차(茶)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사찰음식이다.
스님들은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다식과 함께 차를 자주 마신다.
불가에서는 '참선하는 것과 차마시는 것은 둘이 아니다'라고 얘기할 정도다.
요즈음 사찰에서 유행하는 차는 '연꽃차'. 연꽃이 만개했을 때 그 속에 우전차를 넣고 봉지모양을 만든 후 랩과 창호지로 싼다.
냉동시켰다가 녹여서 마시는 멋스런 차다.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찰음식으로 각종 공해와 스트레스에 찌든 몸과 마음을 씻어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전통음식을 맛보는 즐거움과 건강은 덤으로 얻으면서 말이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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