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생님이 주신 '사랑의 촌지'

"스승의 날에는 고마움을 받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더 큰 사랑을 보여주는 날입니다".

15일 오전 9시 대구자연과학고 강당. 여느 학교처럼 스승의 날 기념식이 열렸지만 내용은 크게 달랐다.

올해로 4년째인 사도장학회 장학금 전달이 가장 중요한 행사. 각기 15만원씩의 장학금을 받은 26명의 학생들은 사무쳐오는 선생님의 사랑에 내내 숙연한 표정이었다.

교사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도장학회는 일부 학교에서 운영되긴 하지만 대구자연과학고처럼 전 교사가 참여,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곳은 흔치 않다.

특히 자연과학고는 대부분 학생들의 학력이 취약한데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도 다른 학교에 비해 많아 스승의 날 촌지니, 선물이니 하는 이야기가 오히려 어색한 분위기다.

사도장학회 역시 이같은 취지에서 출발했다.

공납금조차 못 내 유급하는 학생이 해마다 적잖은 상황을 본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장학회를 만든 것. 일부 교사들이 남몰래 해오던 학생돕기는 2000년 4월 사도장학회 구성을 계기로 공식화돼 모든 교직원이 월 1만원씩 모으고 있다.

작은 힘이라도 함께하면 크게 쓰이는 법. 장학회는 첫해 스승의 날에 32명의 학생들에게 각각 10만원씩 전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스승의 날과 학년초 공납금 납부시기 등에 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해왔다.

2001년에는 생계가 어려운 학생 11명에게 20만원 상당의 쌀과 부식을 전했으며 지난해에는 악성종양을 앓는 학생의 병원비, 일본 연수 대상자로 뽑힌 학생의 여비 등을 보탰다.

올해 경우 지난 2월 졸업생들에게 대학 입학금, 취업 준비금 등을 돕기도 했다.

김정기 교장은 "기금을 모으고 도와줄 학생들을 선정하고 장학금을 지급하는 모든 과정을 교사들끼리 결정하고 있다"며 "단순한 금전 지원이 아니라 스승과 제자 간에 참된 사랑의 고리를 맺고 기쁨과 어려움을 함께한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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