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아이는 어른의 거울

점심시간, 유리창 너머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얼마 전부터 점심시간이면 담임인 나를 교실 밖으로 잠깐 나가있어 달라고 부탁해놓고, 아이들은 춤 연습에 열중했다.

수학여행 길, 학반 장기자랑 시간에 발표할 예정이란다.

얼굴이 벌겋게 되도록 춤동작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더니 이젠 제법 호흡이 맞는가, 율동이 척척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교실 밖으로 새어나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커질 때마다 담임인 나의 마음은 자꾸만 졸아든다.

아이들의 말을 빌리자면 내일은 12년을 기다려온 수학여행날. 그러니 어찌 아이들의 마음이 설레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지만 전체 6학년생 중에서 사정이 있어 수학여행을 함께 하지 못하는 두 명이 모두 우리 반이다 보니 담임으로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춤 연습에 열중인 친구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두 아이를 훔쳐보며 나는 그런 생각을 간절히 하였다.

지금 저렇게 수학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젖어 행복해하고 있는 반 친구들을 보며 두 아이는 어떤 마음일까. 수학여행이 그들의 마음에 혹시 그늘을 만들지는 않을까.

공교롭게도 두 아이는 다리를 수술하여 어머니들이 교실까지 데려다 주고 수업을 마치면 데려가고 하는 중이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두 아이에게 다가가서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하는 섭섭함을 말하였다.

그러자 아이들은 "아니예요, 저희들은 괜찮아요.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하며 오히려 함께 여행을 못 가는 자신들이 미안하다고 했다.

웃으면서 이야기하는 그 따뜻하고 밝은 모습이라니….

아침에 아이들의 어머니를 만났을 때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리자 오히려 함께 여행을 못 보내는 저희가 더 미안하지요 하던 그 어머니들의 모습과 어찌 그리도 닮아있는지.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보며 자란다고 한다.

아이들의 말투나 행동거지를 보면 부모들의 말투나 행동거지를 짐작할 수 있다.

가정에서 무심코 하는 부모들의 말이 어느새 아이들의 말투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어른들은 자녀들의 행동거지나 좋지 못한 버릇을 꾸중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거지에 대해 되돌아 볼 일이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라는 말을 다시 새겨보면서 어른들의 한 마디 말이 자녀의 일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포항 유강초등학교 교사 오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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