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교부 다단계 화물알선 단속 지침 현장사정 무시한 즉흥행정

건설교통부가 다단계 화물알선 행위를 물류대란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각급 자치단체에 대대적인 합동단속에 나서라는 지침을 내렸으나 일선 자치단체에서는 "건교부가 구조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전시적인 단속만 요구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포항시와 운송업계에 따르면 지역에서 영업중인 화물 알선(주선)업체는 모두 300여개에 이르고 이들 중 상당수는 알선업과 운송업을 겸업, 건교부의 방침대로라면 전체의 절반 이상이 실질적인 단속대상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그러나 "건교부가 지난 12일쯤 경북도를 통해 다단계 행위에 대한 단속을 지시하고 이같은 소식이 업계에 퍼지면서 일부 알선업자들이 적발을 우려해 배차를 꺼리는 등 어렵게 정상화된 물류수송에 오히려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며 건교부의 방침을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호들갑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화물운수사업법은 다단계 알선행위로 적발될 경우 360만원의 과징금 부과 또는 20일간의 사업정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포항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단속에 나서는 것은 행정당국이 알선업체를 경유하는 상당수 차량에 대해 사실상 휴업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번 물류대란이 차주들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화물운송업의 허리를 이루고 있는 알선업자들의 화물알선 및 배차거부에 의한 물류대란도 배제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에 따른 것.

이에따라 포항시는 일방적인 단속은 자제하는 대신 지역내에 등록된 5천200대 가량의 일반화물차주와 포스코 등 공단의 대형 화주, 운송사 등을 대상으로 운송 및 주선계약 형태 등 현황을 파악한 뒤 운송하역노조와 정부가 합의한 다단계 알선행위 근절책을 마련키로 했다.

포항시는 그러나 화주가 발주한 화물이 대형 운송사와 각 알선업체를 거치는 과정에서 과도한 지입료와 알선료 및 어음지급에 따른 어음할인료를 챙기는 등 운송·알선업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알선 다단계'에 대해서는 단속을 펴기로 했다.

포항시 관계 공무원들은 "화주-대형 운송사-중·소형운송사-지입차주로 연결되는 '운송 다단계'는 어쩔수 없는 현실"이라며 "이같은 사정조차 파악하지 못한채 획일적으로 다단계 구조 전반을 단속하라는 건교부의 지침은 중앙정부가 아직도 바닥 사정을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미봉책"이라고 주장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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