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500억원대 재산을 가진 80대 노 변호사와 명문대를 졸업, 해외유학까지 다녀온 50대 법조인 아들이 재산문제로 법정소송을 벌여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어렵게 평생 모은 전재산을 장학금이나 어려운 이웃돕기로 기꺼이 내놓아 가슴을 뭉클하게 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들도 적잖다.
이처럼 재산을 둘러 싼 부자간의 첨예한 대립도 있는 반면 재산을 티끌처럼 여기는 또다른 모습도 함께 펼쳐지는 것이 현실이다.
재산의 상속에 대한 세대별 생각들을 들어 보기 위해 지난 12일 대구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날 모임자리에는 영남대 인문대 사회학과 3년 곽동헌(25)군과 1년 권보라(20)양이 참석했고 변호사 김수호(39)씨와 기업체 대표인 장두영(48)씨, 치과원장인 이재윤(53)씨도 자리를 함께 했다.
▲상속에 대해
상속의 필요성에 대해 자식 생활안정과 혈연, 사회적 독립과 자립 등을 이유로 제시됐다.
먼저 이원장은 "과거 근면과 성실이 강조되던 시절에 자수성가의 도덕이 강조되고 재산을 그렇게 모은 만큼 자식들의 능력을 감안, 자식들이 곤란하지 않도록 적당한 상속도 필요하다"며 생활안정을 위한 상속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사업체를 하는 장 대표는 "아직 우리사회는 혈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씨족사회인 만큼 필요한 일정금액의 재산은 상속해 주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이 되고 있다"면서 혈연에 의한 상속의 사회현상을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상속에 따른 다양한 분쟁의 예들을 적시하며 조건부 상속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자식들의 사회적 무능력이나 질병 등과 같은 이유있는 경우에는 재산상속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곽군은 "주위 친구들에 물어 보니 대부분 '상속해 주면 받겠다'는 입장이며 자립을 위한 상속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고 권양도 "친구들도 자신의 공부와 독립을 위해 상속을 기대하지만 상속을 기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참석자들은 전재산의 상속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장대표는 "재산액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산이 5억~6억원 정도면 노후를 대비하는데 3억원 정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부 상속과 환원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이 원장 역시 사회단체 등에 이웃돕기 등의 목적으로 자신의 재산 가운데서 상당액을 기증할 의사를 이미 밝혀 놓았다고 밝히고 "자식에게 일부 물려주고 나머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환원을 해야 한다"고 부분 상속을 찬성했다.
김 변호사는 유언에 의한 상속이 많다고 소개하면서 "20억원이 넘는 경우 전 재산 상속보다 일부 사회환원을 위한 장학재단 등 재단법인 설립을 문의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부분상속 분위기를 전했다.
곽군과 권양은 "주위 친구들이 부모가 상속을 해주면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상속정도는 학교를 마치고 자립할 정도를 기대하는 것 같다"면서 주위학생들의 반응을 들려 주며 대답을 대신했다.
▲사회적 환원에 대해
참석자들은 상속 못잖게 재산의 사회적 환원에 무게의 중심을 더 두는 듯했다.
이 원장은 특히 "이제 소유에 대한 개념이 바뀌어야 할 때로 재산을 소유가 아닌 사용의 의미로 보고 '자기만의 것이 아닌 사회 공동의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대표 역시 "개인의 노후준비에 따른 일정한 재산을 제외한 재산에 대해 50대 이후부터는 봉사단체 등을 통한 사회적 환원을 위해 준비할 때"라 지적한 뒤 "사회적 환원은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감을 나타냈다.
김변호사는 더욱 단호했다.
김 변호사는 "두 아들에게 공부를 시켜주는 것을 제외하고 재산을 물려 줄 생각이 없다"면서 "애들이 크면 재산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도록 하고 대신 남을 돕는 것을 보여 줄 생각"이라 강조했다.
곽군은 "자립하면 재산을 굳이 상속받을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면서 "사회적 환원을 위한 교육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양은 우리 사회 병폐인 벼락부자들의 재산상속 문제점을 적시하며 환원의 중요성을 말했다.
참석자들은 따라서 재산의 사회적 환원을 활성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조건없는 환원은 어렵겠지만 어쩔 수 없는 환원도 무시않고 인정, 사회환원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생전에 재산을 분배해 공익에 도움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아직 우리 사회는 재산의 사회적 환원에 대한 예우나 관심, 배려가 부족해 재산의 기증이나 환원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장대표도 "재산의 기증이나 기부 등으로 사회적 환원이 자연스럽게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이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다양한 세금을 비롯한 혜택을 확대, 부여하고 재산기증자를 백안시하는 현상이 사라져야 할 것"이라며 말을 보탰다.
"대학에서도 장학금 기탁 등 재산환원을 경험한다"는 곽군과 권양은 "사회적으로 환원을 보다 쉽도록 하기 위한 홍보와 관심이 필요하며 적은 재산이라도 환원하려는 동기부여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니
참석자 일부는 토론에 앞서 주위 사람들을 대상으로 간이 여론조사를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10명의 20~30대 젊은이들에게 상속에 대해 물었더니 7명 정도가 상속받아야 한다고 대답했고 나머지는 받으면 좋다거나 주더라도 환원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곽군 역시 친구들 4, 5명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하나같이 상속해 주면 받겠다는 반응이었다는 것. 권양도 주위친구들이 자립 정도의 상속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4, 5명은 반드시 재산을 상속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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