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속 식물교육장 대구 수목원

대구수목원이 조성 1년만에 시민들의 재충전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짧은 기간에 학교나 유치원 등의 견학, 학생들의 자연체험, 가족 단위 화초 감상 등 식물을 주제로 한 자연교육의 장으로 발전했다.

지난 86년부터 5년 동안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곳을 수목원으로 조성, 환경문제 해결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으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방문도 잇따르고 있다.

한달에 한두번쯤은 휴일 하루를 가족끼리 보내기에 의미가 충분한 명소가 된 것.

장대비가 내린 지난 일요일 오후. 수목원 입구에서 마주친 박성배(43)씨는 "공부하러 왔다"고 했다.

두 딸과 함께 걸음을 재촉하는 그의 어깨엔 두툼한 카메라 가방이 걸려 있었다.

"빗물을 머금은 꽃과 나무들은 찍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매주 일요일 나오는 습관이 들어 비가 온다고 안 나올 수도 없었죠". 승용차로 2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산다는 그는 지난해 가을부터 단골이 됐다고 했다.

산책이나 할까 왔다가 꽃이며 나무를 보고 배우는 데 재미가 들어 식물도감도 두어권 샀고, 내친 김에 몇 년만에 사진도 다시 배우기로 했다는 것. 딸들과 대화도 늘고 건강도 좋아지는 등 덕 보는 게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보는 사람마다 한 번 가 보라고 적극 권한다"고 했다.

박씨처럼 단골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목원을 찾는 사람 수가 만만찮게 많아진 건 틀림없다.

달서구 대곡동, 대구에서는 서쪽에 치우쳤고 찾기도 쉽지 않지만 하루 평균 방문객이 4천명에 이를 정도다.

어린이날인 5일과 날씨가 좋았던 토요일인 10일에는 1만명을 넘었다.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방문객이 8만3천여명. 그 가운데 단체 견학이 2만명을 넘은 게 눈에 띄었다.

단체 숫자만 해도 180개. 수목원 이동춘 운영계장은 "이달에 학교만 100개 이상이 견학을 왔고 미술대회, 글짓기대회를 여기서 여는 학교도 있다"고 했다.

대구의 어지간한 학교는 일년에 한번쯤은 다녀가는 셈이다.

그 와중에 화초나 수목에 흥미를 느낀 학생들은 수목원이 여는 교육에 귀를 세우고 있다.

지난해 여름방학에 열었던 자연학교는 수목원측의 학생들에 대한 태도를 바꿔놓았다.

수목원의 조성과정에서부터 숲의 생성과정과 혜택, 식물의 구조와 형태, 이름의 유래 등 체계적 지식을 가르쳐 준다며 문을 열자 학생들이 쏟아져 들어온 것. 많이 오겠나 하며 200명만 받기로 했는데 400여명이 몰려 선착순 배정하는 사태를 빚었다.

올 여름방학에도 자연학교를 열 계획이지만, 인원 분산을 위해 다음달부터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자연체험교실을 열 예정이다.

대구수목원은 맨 아래 주차장에서부터 맨 위의 생태천이관찰원까지 직선거리로만 1.7㎞에 이르는 방대한 규모다.

21개의 테마별 정원에 작은 화단이 1천100여개. 나무가 400여종 6만그루이고 화초가 800종 13만포기다.

둘러보는 데만 3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이쯤 되면 보통 사람은 공부할 엄두도 내기 쉽잖다.

개인이 가서 안내나 교육을 부탁하기엔 직원이 턱없이 모자란다.

그래서 수목원측은 자연교육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1기 지도자 36명이 지난 18일 9주 동안의 교육을 끝냈다.

정년퇴직자나 주부들이 대부분으로 이 가운데는 부산서 교육받으러 온 주부도 있었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방문객들을 안내하고 소개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할 예정이다.

다음달 17일부터 2기 교육이 시작되며 올해만 4회의 교육이 이뤄진다.

이렇게 자원봉사자가 하나 둘 늘어나면 시민들이 이용하기에도 훨씬 편리해질 거라고 수목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수목원에는 또다른 볼거리가 있다.

선인장과 분재, 수석이다.

정주진씨가 기증한 선인장은 제주도 여미지 식물원보다 많은 200여종 2천여그루로, 두류공원 임업시험장에 있던 시절부터 명물이던 것을 제대로 된 온실을 지어 옮겼다.

수석은 문기열씨가 기증한 600여점 가운데 200여점을 사무실 1층에서 전시중이고 박상욱씨가 유언으로 기증한 분재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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