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요동의 돼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우리들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나의 자(尺)에 맞추어서 판단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나의 기준에서 어긋나면 그것은 새롭거나 특이한 것이 되며, 또 때로는 그것이 틀렸다고 서슴없이 단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의 잣대가 일면적이고 편협할 때에는 나의 생각이 특이한 것이 되거나 혹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쉽게 간과하고 만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내 판단이 그른 줄을 모른 채 스스로 바르다고 착각하면서 행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잘 나타내는 말 가운데 하나가 '요동시(遼東豕)'이다.

이 말은 '요동의 돼지'라는 뜻인데, 그 속에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말의 유래는 이렇다.

옛날에 요동의 한 농부가 기르던 돼지가 새끼를 낳았다.

그런데 갓 태어난 새끼 돼지 가운데 한 마리는 주둥이 부분이 여느 것과는 다르게 흰색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검정색의 돼지만 보아왔기 때문에 세상의 돼지란 모두 다 검은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주둥이가 하얀 돼지가 태어났으니 그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그 새끼 돼지를 귀하게 여겨서 황제에게 진상하겠다고 안고 황도로 향하였다.

추측건대, 그는 그 돼지를 정성스럽게 안고 자랑스럽게 길을 재촉하였을 것이다.

도중에 하동에 이르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그곳의 돼지는 모두 흰색뿐이었다.

그 농부가 하동에서 받았던 충격과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요동에서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았으며, 또 착하고 심성이 고운 사람이라고 칭송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는 주변에서 살펴지는 사물이나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서 세계를 인식하였고, 그래서 다른 세상도 그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믿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처럼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을 나만 모르고 있는 경우가 어디 한두 가지뿐이랴? 그리고 동기야 어찌 되었건 그는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비난을 면할 길이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를 비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오늘도 또 '요동시'를 안고 기쁜 마음으로 길을 걷고 있는 나 또는 우리들의 적나라한 실체를 도처에서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선사연구소 소장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언급에 대해 대통령실의 해명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역사적 사실을...
오는 30일부터 경북 내륙과 동해안에 시속 260㎞급 KTX-이음이 본격 운행되며, 중앙선과 동해선이 3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되어 지역 이동 편...
국민 MC 유재석이 유튜브 채널 '뜬뜬'에서 자신의 인생관을 언급하며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 가운데, 최근 방송인 박나래가 불법 의료 시술 의혹에...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