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의 말씀에는 교(敎)와 윤음(綸音)의 두 가지가 있다.
국왕의 명령인 교는 입법의 근거행위라 할 수 있다.
교지(敎旨) 또는 전지(傳旨)의 형태로 각 관아에 전달되며, 이를 수교(受敎)라 했다.
여기에 날짜를 붙여 법조문화하면 등록(謄錄)이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등록간 모순이나 중복이 발견되면 조정에서 이를 수집, 정리하여 법전을 보완하였다.
국왕의 명령인 교지나 전지와 달리 윤음(綸音)은 왕이 관리나 백성을 타이르는 내용(문서)을 담는다.
▲윤음의 내용은 의례적인 것부터 국가 위기상황 타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매 연초에 내려지는 농사 권장 윤음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이 밖에 반란 진압, 충효열(忠孝烈) 장려, 사학(邪學) 배척, 기근 구제, 부세 탕감, 음주의 금지, 서적 반포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윤음이 내려졌다.
대개 활자로 인쇄하여 반포했다.
▲윤음과 관련한 4자성어로 윤음여한(綸音如汗)이란 말이 있다.
생사여탈의 절대권을 가진 왕의 말씀은 땀과 같다는 뜻이다.
한 번 땀을 흘리면 거둬들일 수 없듯이 왕이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왕의 한 마디 한 마디는 국가대사와 관련이 되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왕도정치의 이상을 추구하던 조선시대로서는 왕의 잘못된 발언이 곧 선정과 악정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취임 당시인 지난 2월 25일 국정홍보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92.7%가 '새 정부가 국정운영을 잘 할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었다.
그러나 그 한 달 뒤인 3월 29일(동아일보) 조사에서는 72.1%로 하향했고, 두 달째인 4월 29일(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는 59.6%로 떨어졌다.
또 지난 5월 25일 조사(동아일보)에서는 55.2%로 퇴보했다.
최근 조사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그 중 주목되는 사실은 10대 불만사항 중 첫 번째가 '신중하지 못한 언행'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의 발언을 전제군주시대의 윤음에 빗대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 구조적 동질성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동안 노 대통령의 지지자든 아니든 수많은 사람들이 신중한 언행을 주문해왔지만 '비주류의 관성' 탓인지 시정이 안되고 있다.
최근에도 '못해먹겠다' '개판' 등의 걸러지지 않은 단어들이 그대로 쏟아져 나와 국민들을 민망스럽게 했다.
노 대통령은 이쯤에서 자신의 언행을 다시 한번 짚어보아야 한다.
대통령의 품격 잃은 언행은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수준을 퇴보시키고, 국가적 긍지를 죽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언행을 방조한 참모진에 대한 물갈이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