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초점> 위험수위에 이른 여권 밀매

여권 위조.밀매가 갈수록 늘고 이를 목적으로 한 절도나 사기사건이 늘고 있다. 불법 입출국을 노리거나 한국여권을 사용해 비자가 필요 없는 다른 3국으로 밀항하려는 외국인의 '수요'가 증가한 것.

이때문에 전문 범죄꾼이 설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용돈'을 마련키 위해 자신의 여권이나 신분증을 팔아 위변조를 돕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문제는 대구U대회를 계기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계자들은 긴장하고 있다.

◇적발자 갈수록 늘어

대구경찰청은 지난 24일 여권 위조와 관련된 권모(65.대구 신기동)씨 등 6명을 적발했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여권을 팔 사람을 모집했으며, 그의 제의를 받은 이모(50.대명동) 김모(40.원대동)씨 등은 지난 4일 중국 선양으로 가 자신들의 여권을 각 250만원에 중국동포 강모(49) 노모(42)씨에게 넘겨줬다. 이를 산 동포들은 현지인 김모(30)씨에게 중국돈 14만위엔(2천100만원)을 주고 맡겨 '창갈이' 수법으로 사진을 바꿔붙인 뒤 이를 이용해 한국으로 입국했다.

대구 중부경찰서는 지난 26일 정모(71.인천 선학동)씨를 여권 위조 등 혐의로 구속했다. 정씨는 사기죄로 수배돼 사업상 필요한 중국 여행이 불가능하자 알고 지내던 김모(71)씨의 여권을 발급받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김씨의 며느리(42)에게 접근, "국가유공자로 등록시켜 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속여 시아버지의 주민증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에서 여권 위조.밀매로 경찰에 적발된 건수는 2000년 4건(검거 4명), 2001년 10건(18명), 지난해 22건(61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이미 6명이 구속됐다.

여권 위조 외에 입국 문제 등을 미끼로 한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2일 대구 경찰에 붙잡힌 이모(34.청원)씨는 한국 주재 외국 영사관 직원 행세를 하며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 있던 외국인들을 속였다가 적발됐다. 이씨는 "가족들까지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우즈베키스탄인에게 접근, 비자 발급 비용으로 120만원을 챙기는 등 작년 7월부터 7명으로부터 2천여만원을 사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큰 이득 노린 무더기 범죄들

경찰이 판단하고 있는 위변조 여권의 주요 용도는 △내국인 출국 금지자의 출국용 △국내 불법체류 외국인의 출입국용 △마약.밀수 및 신용카드 사기 등 범죄를 위한 신분위장용 등이다.

위변조된 여권이 대다수 불법 행위에 사용되다 보니 거래 가격도 건당 수백만~1천여만원에 이른다고 경찰은 전했다. 대구경찰청 외사조사반 최영락 경사는 "암시장을 통해 밀매되는 한국 여권은 보통 매당 1천만원을 호가하고 특히 미국이나 일본 비자가 붙었을 경우엔 200만~500만원이 추가된다"고 말했다.

덩달아 알선료도 100만원을 넘어 이를 노리고 여권 제공자 모집에 나서는 브로커가 적잖고, 지난해 부산에서는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여권을 브로커에게 10만~15만원씩에 판 여대생 6명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여권을 훔치는 전문 조직도 곳곳에 만들어져 노숙자.실직자.주부.회사원 등을 노리고 있다. 밀매조직은 해외 관광을 무료로 시켜준다며 관련 서류를 넘겨 받아 여권을 발급 받은 뒤 가로채거나 유령회사를 차려 취업 희망자를 모집해 같은 일을 저지른다고 경찰은 전했다. 주민증이나 운전면허증 등을 훔쳐 위조한 뒤 그걸 악용해 여권을 발급받는 경우도 있고, 아예 여권 전문 절도단을 조직해 여행사 사무실을 통째로 턴 경우도 나타났다.

◇막을 방법 없나?

여권 위조 전문조직은 신분증.여권의 구입.절도에서부터 위변조와 밀매를 맡는 전담 조직원을 두고 점조직으로 가동, 적발이 쉽잖고 적발해도 뿌리뽑기는 어렵다고 경찰이 전했다. 또 이때문에 실제 이뤄지는 여권 위변조나 활동하는 밀매범은 적발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월드컵 대회가 열렸던 지난해에 여권 위변조 사범이 급증했듯, 외국인 방문이 증가할 대구U대회에 맞춰서도 이같은 범죄가 성행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위조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한국 여권 위조 전문가들이 중국에서 설치는 것으로 드러나는 등 범죄 여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예 위조 자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선진국들은 여권 제작에 컬러프린터를 사용한 전사 방식을 택하고 있으나 한국 여권은 사진을 쉽게 갈아 붙일 수 있게 돼 있다는 것. 대구 출입국관리 사무소 신수용 반장은 "대다수 위변조는 열을 이용해 사진을 바꿔 붙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지만 기술이 워낙 정교해 육안 식별이 불가능하다"며 여권 제작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