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최근 우리나라 여성의 합계출산율이 1.17로 나타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의 연령별 출산율의 합을 말하는 것으로 현재와 같은 출산율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때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을 거치는 동안 평균 1.17명의 자녀를 출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1.17이라는 것은 이제 한 자녀 가정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자녀를 가진 가정은 대여섯 집 건너 한 집 꼴로 드물게 되었다.
앞으로 자라는 아이들은 아들이든 딸이든 형제자매가 없이 외톨이로 자라야 한다.
형도 없고, 누나도 없고, 언니도 오빠도 동생도 없다.
단지 엄마 아빠만 있을 뿐이다.
이렇게 외톨이로 자란 아이들이 커서 혼인을 하게 되면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백숙부나 외삼촌, 고모나 이모가 있을 수 없다.
부모의 형제자매가 없으니 사촌인들 있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상황이 몇 세대를 거듭한다면 자라는 아이들에겐 자기집을 제외하고는 주위에 친척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친할아버지댁이나 외할아버지댁(외가)이 있었지만 이들이 돌아가시면 그마저 사라지게 된다.
처가나 친정도 한시적으로 존재할 뿐 궁극에 사라지기는 마찬가지이다.
친척이란 존재할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친척이 사라진다는 것은 가족 및 친족제도에 혁명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우선 형, 오빠, 누나, 언니,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모, 이모, 외삼촌 등의 친척호칭이 점차 소멸하게 될 것으로 짐작된다.
대상이 사라지면 그 대상을 상징하는 용어도 기능을 상실하고 점차 소멸하거나 다른 용도로 바뀌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상생활에서 아주 친근하고 다정스럽게 사용되던 이런 용어들이 다가오는 사회에서는 문헌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생소한 언어가 될 것이다.
친척이 사라지는 시대의 보다 중요한 변화는 친척을 구성원으로 하는 친족집단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조선중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소위 문중이라 부르는 부계혈연자 중심의 잘 짜여진 조직을 유지시켜 왔다.
이 조직은 유교적 이데올로기의 뒷받침을 받아서 견고한 결합력을 지닐 수 있었고, 이 집단에 속한 개인이나 개별가족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
개인은 또한 이 문중 조직을 통해서 신분적 정체감을 확보하고, 다양한 사회관계망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안전을 보호받을 수 있었다.
친가뿐만 아니라 외가와 처가에도 이러한 문중조직이 형성되어 있어서 외손이나 문객으로서 상당한 범위까지 참여가 가능하고,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한자녀 가정이 보편화되고, 친척이 사라지는 시대에 이러한 문중조직은 더 이상 유지가 불가능해진다.
친가, 외가, 처가(친정)의 어느 쪽을 바라보아도 친족집단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친족집단의 소멸은 친족집단이 수행하던 기능의 소멸을 의미한다.
친족집단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해 왔다.
길흉사에 친족 성원들끼리 서로 돕는 상호부조와 일상 생활에서 긴밀하게 교유하는 협동친화의 기능을 수행해 왔다.
묘소의 유지관리와 조상제사의 봉행, 족보와 문집의 발간, 조상의 업적을 기리는 선조현창사업 등의 숭조사업은 문중조직이 특히 심혈을 기울였던 것들이다.
이러한 기능들은 모두 가까운 친척들이 한 마을에서 대를 이어 함께 살아가던 시절에 가능했던 일들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이를 수행할 친척도, 친족집단도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친족집단이 영구히 존속할 것으로 믿고 있다.
이제 이러한 환상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다.
친척이 사라지는 시대에는 편협한 혈연의식에서 벗어나 가정과 이웃을 더욱 소중하게 가꾸어야 한다.
가족 성원들이 정서적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
이웃과 정을 나누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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