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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삶에 파고 든 병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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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학(36.청도 운문면 봉하리)씨의 삶은 참으로 기구하다.

그리 길잖은 인생에 구비구비 좌절과 눈물.

시각장애인 아버지의 맏아들. 어머니는 8살 때 여의었다.

외할머니가 집을 돌봐 줬지만 어린 두 동생과 살아나가기엔 벅찬 역경. 생활비가 모자라 젖먹이 막내가 양자 가야 했다.

"언젠가 돈 벌어 동생을 꼭 찾아 오리라"던 생각은 다짐으로만 남았을 뿐. 지금도 경산 어디에 산다더라는 소식만 있을 뿐 왕래 끊긴 지 벌써 24년.

몇 번이나 고비를 넘기며 겨우 중학교를 마쳤다.

요즘 말로 소년가장. 열댓살 때부터 외할머니를 돕느라 교실 대신 논두렁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청년이 된 후엔 가족 생계가 통째로 그의 몫. 더 많이 벌어야 했지만 힘들여 열었던 하청 용접소가 실패하는 바람에 고향 논뙈기마저 날아가고 말았다.

그래도 젊은 가장은 앞으로만 가야 하는 것. 공사판을 떠돌며 돈을 모아 동생 장가부터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초. 자고 일어나던 박씨는 입 안 가득 피가 고여 있는 것을 알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잇몸 출혈이 멈추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 것. 2주 내내 그런 일이 반복됐고, 같은달 17일 백혈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인생의 막이 내리는 것 같은' 절망감. 당장 끼니 때우기조차 쉽잖은 판국이었지만 의사는 "적어도 2년간은 병상에 누워 치료만 받아야 한다"고 했다.

매번 혈소판 수혈에 필요한 수십만원을 마련하느라 이웃에 도움을 청하는 일은 고통 그 자체였다.

지난 10일 동생(33)의 골수를 이식받은 것이 그나마 다행. 하지만 다음달 중순쯤으로 잡힌 퇴원일까지 마련해야 하는 입원비 문제는 그대로 남았다.

맹인 아버지의 호소를 받은 청도군 장애인연합회가 백방으로 수소문해 한 복지단체로부터 500만원 지원을 약속받았다.

나머지 1천여만원의 병원비와 앞으로 2년간 치료비.생활비가 남은 숙제.

청도군 장애인연합회(054-373-0014) 김준연 사무국장은 "연합회가 일반 군민들을 대상으로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고 했다.

소년가장으로 힘겹게 살아 온 박씨가 건강하게 이웃 속으로 돌아 와 그 사랑을 되갚게 할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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