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은 창간 57주년을 맞아 위기라고 불리는 현 시국에 대한 의견을 듣고 미래를 진단하기 위해 천주교 대구대교구 이문희 대주교와 특별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한국호'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남북문제와 노사갈등, 그리고 최근 만연하는 한탕주의와 집단이기주의 등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졌다.
이문희 대주교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치유책으로 '원칙'과 '양보', 자기분수를 아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대구병'과 반미문제 등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이진협 편집국장과의 대담 형식을 통해 진행됐다.
-노사갈등을 비롯, 사회갈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현 정권의 노사관에 대한 재계와 외국기업의 불안이 큽니다.
이익단체들이 앞다투어 제목소리만 높이는 현실에 대해 주교님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 이익이 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서로의 몫을 많이 차지하려는 노사 갈등은 언제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서로의 주장이 극한 대립으로 가면 양자 모두 손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합의의 기준이 있어야하고 그것들을 법률로 정해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않으면 사회는 예측 불가능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각자 생각대로 행동하게 되고 그 결과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법이나 규범을 세계적 수준으로 만들고 노사관계를 네덜란드식으로 정립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서로의 욕심에 대한 자제의 사회적 기준이 필요합니다.
또 이러한 자제는 일관성 있는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봅니다.
-납치와 유괴, 부동산 값 폭등 등으로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고단해지고 있습니다.
또 로또 열풍에서 보듯 국민들은 한탕주의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같은 이유는 무엇이며 치유책은 어떤 것이라고 보십니까.
▲이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각종 범죄가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기가 어렵다면 그렇지 않은 세상이 되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다쳐서 피를 흘리는데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면 또다른 한편에서는 피를 흘리게 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한쪽에서 수천억원을 마음대로 쓰니 수백만원 쓰고 싶어서 (나쁜)일을 벌일 수도 있다고 한다면 무엇이라 하겠습니까. 사람이 사는데는 삶의 기본이 되는 길이 있고 그것을 사회구성원들이 공통으로 지켜야 할 것입니다.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대구는 올초 지하철 참사로 시민들이 심리적 공황을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지난 대선에서 지역민의 상당수가 지지하던 후보가 낙선함에 따라 좌절감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주교님의 진단과 극복방안 등을 듣고 싶습니다.
▲지하철 참사로 온 시민이 슬퍼하고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데 대해선 우선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좌절'에만 빠져 있으면 안됩니다.
대구사람의 행복이 지하철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의 본질은 지하철이 두동강난 상태인데도 대구 시민들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하게 말한다면(미안합니다마는) 대구에 지하철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없어도 될 것을 만들어 놓고 돈이 모자라 운영에 부실을 불러오고 참사마저 당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없어도 되는 것을 구태여 하고 싶어하지 말아야 합니다.
지하철은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계획되고 착공되었던 것입니다.
정부에서 시작하고 대구시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을 맡았으니 분수에 넘치는 것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분수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힘으로 하나씩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방글라데시 사람이 제일 행복하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가난해지자는 말은 아니지만 마음속에 필요 이상의 '부'를 꿈꾸지 말자는 것입니다.
-대구는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며 인재를 키우지 않는다는 말들이 있습니다.
이를 꼬집어 '대구병'이라고도 합니다.
단점으로만 비쳐지는 뚝심과 고집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대구기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람은 당연히 기질에 따라 보수적일 수도 있고 진취적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곳의 문화도 그럴 수가 있는 것입니다.
보수적이면 나쁘고 진보적이면 좋다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문제가 있습니다.
대구가 보수적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서 대구가 나쁘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는 동의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바꾸어야 할 것도 있고 고쳐야 할 것도 있지만 속도가 느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더욱 튼튼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일관성 없고 즉흥적인 면을 보여주는 현 정권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계십니까. 또 여야 정치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덧붙여 주십시오.
▲모든 사람에게 만족을 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 전체를 위한 것입니다.
현 정부 정책이 일부의 의견이 확대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이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고 통계자료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느낌을 갖는 국민이 있고 그 수가 많다면 다소 배려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 전체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당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지 우리당은 '어떻게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정당 내부의 일입니다.
말로는 정책정당을 만든다고 하지만 뜻맞는 사람끼리 편이나 가르는 인상을 주어서야 되겠습니까.
-북핵문제와 여중생 사건 등으로 반미 감정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반미와 친미를 외치는 두패로 갈려서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충돌도 빚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핵을 바라보는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미군 군용차 때문에 희생된 소녀들과 SOFA 문제를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답답합니다.
그러나 한 사고로 미군과 미국을 매도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미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해서 (미국이 북핵을 반대한다고) 북핵을 반대하지 않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미국은 핵무기를 갖고 있는데 왜 북한은 안되냐는 논리라면 일본도 핵무기를 만들고 온 세상이 핵무기를 만들어도 좋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핵무기는 무서운 것입니다.
무기는 파괴하고 살상하기 위한 것이고 그것이 핵이라면 반대해야 합니다.
-우리사회에 얼마전부터 명상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실이 어렵다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시기, 종교가 가지는 의미는 무엇이며 또 종교가 삶에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요.
▲'명상'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명상은 자기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하는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들어 새로운 움직임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명상'은 간단하게는 생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특히 좀 길게 생각하는 것을 명상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사람 같이 살아간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생각을 하는 동안 행동할 수 없으니 명상은 행동에서 벗어나는 것, 또는 세상 삶에서 일시적으로 도피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행동에 앞서 잘 생각하는 것이며 더 잘 행동하기 위한 것일 것입니다.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또 한번 생각하여 바른 삶의 길을 택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생각을 많이 하면 정신이 살아나고 영적인 삶은 결국 진리로 나아가기 마련인 것입니다.
-대구의 젊은 세대에게 특별히 해주실 말씀이 있으면 덧붙여 주십시오.
▲우선 성실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일부 젊은이들이 너무 앞뒤없이 사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거품과 허영을 마음속에서 빼내야 합니다.
너무 감각적인 것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뭘 하고 사는지'를 항상 생각하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정리=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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