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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열린 수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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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내 입을 닫게 한 것 아닙니까".

24일 오전 9시40분쯤 대구 중부경찰서 3층 '삼덕동 총기강도사건 수사본부' 회의실.

박형경 중부경찰서장은 공식 브리핑 자리에서 수사 진전 상황을 묻는 10여명의 기자들에게 "카메라부터 치우세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새벽부터 1층 형사계에서 진을 치고 수사 브리핑을 기다리던 기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박 서장의 불만 요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들이 '초동수사 미흡' '사건축소 의혹' 등 수사력에 대한 비판적 보도만 부각한 채 '잘 하려고 애쓴 부분'에 대해선 일부러 눈감았다는 것. 또 전날 지역 모 방송국에 나온 자신의 인터뷰 보도도 마치 변명만 한 것처럼 편집됐다며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이에 카메라 기자들이 자진 철수했지만 박 서장은 "언론이 경찰 수사에 도움 준 것이 뭐가 있느냐" "기자들이 차려놓은 화려한 무대에서 경찰이 놀아난 것처럼 비치고 있다" "내 동기들이 TV를 보고 걱정 섞인 전화까지 했다"는 등 한탄을 내비쳤다.

결국 기자들이 수사 브리핑을 받기 위해 '달래기'에 나섰지만, 박 서장은 언론보도에 대한 불평과 "브리핑할 내용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 뒤 20여분 만에 브리핑을 중단해 버렸다.

이날 브리핑은 전날 박 서장 스스로 "오후엔 특별한 내용이 없으니 내일(24일) 아침 수사회의가 끝나는 대로 브리핑을 갖겠다"며 기자들과 약속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발표하기로 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탄두감식결과 발표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뚜렷하지 않은 이유로 미뤄졌다.

기자들은 빈 손으로 취재수첩을 닫아야 했다.

이번 삼덕동 권총강도사건은 대구에선 유례를 찾기 힘든 강력사건이다.

더구나 U대회를 코 앞에 두고 비상경계활동에 들어간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인데다 허술한 초동 수사에 따른 비난 여론도 높아 경찰은 이래저래 체면을 한껏 구겼다.

경찰이 권총 관통상을 장난감총에 의한 상처로 섣불리 단정해, 사건의 중대성을 간과하고 초동 조치에 실패했다는 비난을 면키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열린 수사'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최병고〈사회1부〉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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