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孝心)은 누구나 가진 것 아닙니까? 다만 효행하기가 힘들 따름이지요".
10년째 홀몸노인을 위해 무료급식과 경로잔치를 하고 있는 김종성(57·대구 평리4동)씨. 1994년 고아원에 돼지고기를 들고 갔던 인연으로 그 후 봄이면 벚꽃놀이, 여름엔 캠핑, 가을에는 단풍놀이, 겨울철은 온천여행 등으로 홀몸노인들을 섬기고 있다.
그러나 그 자신은 큰 위기를 넘기고 막창집, 닭고기꼬지 노점상 등으로 생계를 잇는다.
"아픈 과거사를 씻기 위해 엄두를 낸 것이었지요".
김씨는 15년 전 부산 등에서 제법 많은 돈을 벌어 대구에서 철공소를 차려 '사장님'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전재산이던 공장은 불로 한순간에 날아갔다.
피할 수 없는 실의의 세월. 하지만 굶을 수는 없는 일이니 아내(53)와 함께 포장마차로, 꼬지장사로 길거리를 헤맸다.
"어렵게 또다른 삶이 어느 정도 자리 잡히자 뭔가 다른 느낌이 몰려 들었습니다.
그동안 내 몸만 알고 살아 왔음이 문득 깨달아졌고, 뉘우침이 밀려 들었지요. 한때 돈 아쉬운 줄 모르고 살았지만 돌이켜 보니 돈을 허투루 쓴 것을 알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돈을 올바르게 써야겠다 작정했습니다".
남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김씨의 삶도 용기와 생기로 넘쳐 나기 시작했다.
리어카에 닭꼬지를 싣고 대구 북서부의 여러 공단을 옮겨 다니며 노점을 펴고 종일 매캐한 연기를 맡아야 했지만 일에는 신이 났다.
덕분에 3년 전엔 아내가 막창집을 하나 별도로 열 수 있게 돼 재기의 발판도 마련했다.
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가난하다.
내외는 아직 월세 10만원짜리 막창집에 붙은 단칸방에서 지낸다.
게다가 다발성 신경마비로 몸조차 편찮은 처지. 최근 경기가 나빠져 매출도 20% 가량 떨어졌다고 했다.
월남 참전 유공자로 월 22만원씩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그나마 큰 힘.
그렇지만 김씨는 오늘도 자신만의 '비방'을 통해 홀몸노인과의 '함께살기' 재원을 만들어 간다고 했다.
무료급식이나 경로잔치 경비를 매달 미리 새마을금고에서 빌린 뒤 매일 매상에서 2만원씩 떼어 내 갚아 나가는 것이 그 비방. 2만원은 하루 매상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이런 김씨의 마음을 알고는 이웃이나 관청에서 쌀·떡·고기·야채·과일 등 음식 재료 일부를 지원해 주기도 한다.
마음씨 좋은 상인들이 음식 재료들을 김씨의 꼬지와 맞바꿔 줄 때도 있다.
반면 "자신도 근근히 사는 처지에 어떻게 남을 돕겠다고 나서느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쏟아져 마음 고생을 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그때문에 가게 앞에 붙여 놨던 '이웃 참사랑의 집'이란 명패를 슬며시 가게 안으로 들여 놔야 했다고.
"동네 지나다니다 만나는 어르신들이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가라, 아이스크림 먹고 가라고 반길 때 보람을 느낍니다.
내 몸을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될 때까지는 홀몸노인과의 함께살기를 계속할 것입니다". 김씨의 환한 웃음은 자기 확신감을 말해주고 있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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