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용허가제' 지역업체 타격

내년 8월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전격 실시되고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3권이 보장됨에 따라 인건비 비중이 높은 섬유·기계금속 등 지역 전통기업들의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역 기업들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의 외국인 산업연수생 숫자는 지난 3월 말 6천12명(1천492개 업체)에서 현재 8천800여명(전국의 약 19%)으로 늘어나는 등 타 시·도에 비해 외국인 근로자 의존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고용허가제 도입'은 지역기업의 경영상황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대구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 경제단체들은 "고용허가제에 따른 퇴직금, 연월차 수당, 보너스, 복리후생비 등의 증가로 지역 중소기업들의 직·간접적 인건비 상승은 30~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볼 때 이번 '외국인근로자 고용법'의 제정으로 내달말까지 출국이 유예된 불법체류 외국인 22만여명에 대한 합법화 조치를 추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그동안 우려됐던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대규모 출국이나 잠적 등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인력공백을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지역기업의 사정은 다르다.

약 1만5천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 불법체류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들의 경우 외국인고용 허가제로 안정적인 근로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기반이 마련됐지만,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사용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산업연수생을 활용하고 있는 기업보다 영세한 점을 감안할 때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실정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고용허가제 실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이 느슨해지자 일부 불법체류 근로자들은 오히려 '더 나은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다른 기업으로 옮기겠다'며 고용주를 위협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한계기업이 많은 지역경제 현실에서 외국인고용 허가제의 도입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업체가 몇이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고용허가제 도입을 앞두고 산업현장을 이탈한 외국인 근로자는 1, 2월 1천621명에서 3, 4월 2천801명으로 그동안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한편 고용허가제를 이미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대만, 싱가포르는 외국인 불법체류 확대에 따라 강제저축 도입 및 고용분담금 제도, 직종변경 불허, 국적에 따른 취업업종 차별 등 다양한 보완대책의 운영을 통해 기업을 부담을 줄어주고 있다.

임경호 대구상의 기획조사부장은 "외국인고용 허가제 도입이 기업의 입장에서 3D 업종의 인력난을 덜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지나친 인건비의 상승은 그 실효성을 크게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노동3권 보장 등의 부문에서 정부가 탄력적으로 대응, 경기침체와 국제경쟁력 약화로 고통받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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