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허준'이 방송될 때의 이야기다.
허준역을 맡았던 전광열은 한의사가 아닌데도 진맥을 요청하는 사람이 많았다.
허준이라는 사람이 전광열이라는 사람의 시뮬라크라이기 때문이다.
TV속의 현실(가상현실, 시뮬라크라)이 실제현실을 압도하는 탓이다.
'시뮬라크라'는 모사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모사를 말하는 것. 현실의 잣대가 되기도 하고 현실을 압도하기도 한다.
현실을 모방하는 재현이 아니라 재현을 통해서 현실을 확인하는 가상현실이 시뮬라크라다.
그래서다.
TV드라마는 지나치게 현실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오리지널이 무너지고 가상현실이 판을 치는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치더라도 가당치도 않는 가상현실이 현실의 근거가 된다면 위험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각 방송국들마다 꼭지로 끼어 넣는 '맛 소개'코너가 있다
리포터가 출연하여 '끝내준다'며 혀를 내두르고 조리방법까지도 일일이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문제는 방송사가 음식점들을 평가하고 그에 대하여 점수를 매길 만큼 전문기관이 아닌데도 시청자들이 '좋은 음식점'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
전체음식점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결과가 아님에도 '최고의 음식점'으로 인정하는 데 있다
얼떨결에 첫사랑의 남자와 러브호텔에 가는 유부녀의 이야기인 MBC드라마 '앞집여자'나 34세 유부남교수와 21세 여제자의 사랑을 그린 SBS특별기획 '첫사랑'도 그렇다.
현실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들에만 해당하는 일들이 모사과정을 통하면 달라진다.
끊임없이 시뮬라크라를 생산하는 대중매체에 의해 현실의 흔한 일로 둔갑하게 된다.
불륜이 사회질서가 되어 존재가치를 전복시킬 수도 있다.
세상에 어느 주부가 대낮에 러브호텔에서 만난 이웃집 여자에게 당당할 수가 있겠는가. 자신을 키워준 아내를 배신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또 어디 있나.
하지만 '불륜드라마'의 시뮬라크라와 현실의 간극이 사라지게된다면 자연스럽다.
시뮬라크라에 의해 만들어진 질서에 의해 '애인이 없으면 6급 모자람'이라는 말까지도 스스럼없이 하게 된다.
있지도 않는 현실인데도….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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